ISSUE BACK-2026-09-232026년 9월 23일 수요일STORY DESK · FAIRY TALE
여백신문THE MARGIN
AN INDEPENDENT NEWSROOM어린이를 위한 창작 동화 · 실제 뉴스가 아닙니다
어린이 창작 동화

A KIND ORIGINAL STORY FOR CHILDREN

옆으로 누운 책에는 배가 떴다

해 질 무렵의 둥근창 그림책방, 사서 다온은 은빛 초승달이 붙은 큰 그림책을 낮은 책장에 돌려놓으려 한다. 책이 세로로 들어가지 않자 다온은 표지를 옆으로 돌리고, 방금 전까지 달이던 모양을 작은 배로 다시 본다.

글자
늦은 오후 둥근창 그림책방에서 황토색 카디건을 입은 사서 다온이 은빛 초승달이 붙은 큰 자두색 책을 안고 낮은 민트색 책장으로 걷는다.
01

다온은 둥근 창의 살구빛이 떠나기 전에 큰 그림책을 돌려놓고 싶었다.

맑은 늦은 오후, 작은 둥근창 그림책방에서 사서 다온이 낮은 책장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계단 없는 방 바닥에는 넓은 산호색 타원 양탄자가 놓여 있었고, 커다란 둥근 창으로 살구빛이 길게 들어왔다.

다온은 짙은 곱슬 단발머리에 황토색 카디건, 남색 바지, 청록색 실내 덧신을 신고 있었다. 두 팔에는 다온의 품보다 넓은 자두색 그림책 한 권이 안겨 있었다. 표지에는 글자 없이 은빛 초승달 하나만 붙어 있었다.

낮은 민트색 책장에는 넓은 빈칸 하나가 남아 있었다. 다온은 둥근 창의 살구빛이 양탄자를 떠나기 전에 책을 그 자리에 돌려놓고, 은빛 초승달과 둥근 창을 한눈에 보고 싶었다.

다온이 산호색 양탄자 위에 무릎을 대고 큰 자두색 책을 세로로 들어 낮은 민트색 책장의 빈칸과 높이를 맞춰 본다.
02

사락, 사락. 다온은 큰 책을 마지막 빈칸 앞에 세웠다.

사락, 사락. 다온의 청록색 덧신이 양탄자를 건넜다. 다온은 빈칸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아 큰 책을 세로로 세웠다.

은빛 초승달은 위를 향해 가늘게 굽어 있었다. 다온은 책 너머의 둥근 창을 한 번 보고, 두 손으로 책을 빈칸 쪽으로 천천히 옮겼다.

세로로 든 자두색 책의 윗모서리가 낮은 선반에 닿자 다온이 놀라면서도 두 손으로 책을 부드럽게 멈춰 세운다.
03

툭. 책은 세로로 더 들어가지 않았다.

툭. 책의 윗모서리가 선반 아래에 부드럽게 닿았다. 책은 손가락 하나만큼도 더 들어가지 않았다.

다온은 책을 더 세게 밀지 않았다. 두 손을 그대로 둔 채 잠깐 멈췄다가, 책을 자기 무릎 위로 천천히 물렸다.

다온이 무릎 위의 자두색 그림책을 두 손으로 옆으로 돌리자 은빛 초승달이 가로로 누워 작은 배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04

사락. 다온은 닫힌 책을 옆으로 한 번 돌렸다.

양탄자 위의 살구빛은 조금 더 가늘어졌다. 빈칸의 높이는 그대로였고, 자두색 책의 긴 모서리는 그보다 높았다.

다온은 책을 무릎에 가로로 받쳤다. 그리고 두 손으로 책을 정확히 한 번, 옆으로 돌렸다. 사락. 닫힌 책의 크림색 종이 가장자리가 짧게 부딪쳤다.

다온이 가로로 든 자두색 책의 은빛 초승달을 작은 배처럼 바라보다가 방 건너 둥근 창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05

옆으로 돌아간 은빛 초승달은 작은 배처럼 보였다.

옆으로 돌아간 표지에서 은빛 초승달은 더는 하늘의 달처럼 보이지 않았다. 뾰족한 두 끝을 위로 든 작은 배 한 척이 자두색 물 위에 떠 있었다.

다온은 은빛 배를 보고, 방 건너편의 둥근 창을 보았다. 그러고는 책을 다시 세우지 않았다.

다온이 은빛 초승달이 가로로 놓인 큰 자두색 책을 낮은 민트색 책장 빈칸 안으로 두 손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는다.
06

스르륵. 책은 선반과 나란히 움직여 빈칸 안으로 들어갔다.

스르륵. 다온이 가로로 놓인 그림책을 빈칸 안으로 밀었다. 이번에는 긴 책등이 선반과 나란히 움직였고, 책 위에는 크림색 틈이 넉넉히 남았다.

책이 빈칸 끝에 닿자 다온은 두 손을 놓고 양탄자에 앉아 뒤로 조금 물러났다. 낮아서 짧아 보이던 칸은 옆으로 누운 책 한 권을 품고도 조용히 넓어 보였다.

책장 앞에 앉은 다온이 가로로 놓인 자두색 책의 은빛 배와 그 위에 달처럼 보이는 커다란 둥근 창을 함께 바라본다.
07

둥근 창은 자두색 물의 은빛 배 위에 뜬 달처럼 보였다.

자두색 표지의 은빛 배 위로 커다란 둥근 창이 보였다. 살구빛 둥근 창은 배 위에 뜬 달 같았고, 다온은 고개를 아주 조금 옆으로 기울였다.

복숭아빛 저녁의 둥근창 그림책방에서 다온이 한 걸음 물러나 있고 낮은 책장 속 은빛 배 모양과 그 위 둥근 창이 나란히 남는다.
08

둥근 창 아래, 자두색 표지의 은빛 배가 조용히 떠 있었다.

창의 살구빛이 복숭아빛으로 옅어지며 산호색 양탄자 끝까지 물러났다. 가로로 누운 책의 크림색 종이 가장자리는 마지막 빛을 가늘게 받았다.

다온이 한 걸음 물러나자 청록색 덧신이 양탄자 끝을 사락 스쳤다. 둥근 창 아래, 자두색 표지의 은빛 배가 조용히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