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Y TALE
어린이 창작 동화A KIND ORIGINAL STORY FOR CHILDREN
아침은 잎 아래에도 떴다
비가 그친 새벽의 허브 정원, 달팽이 모루는 은청색 잎 위 가장 큰 빗방울 속 아침빛을 가까이서 보려 한다. 산들바람이 방울을 잎 아래로 데려가자 모루는 낮게 말린 가장자리를 돌아 새로운 길을 고른다.
이야기하는 사람해온 · 이야기 / 큰 빗방울 · 등장인물
어느 작은 날에

모루는 가장 큰 빗방울 속 둥근 아침빛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비가 막 그친 새벽, 낮고 평평한 허브 정원에서 달팽이 모루가 넓은 은청색 잎 위를 느릿느릿 움직였다. 잎 아래에는 에메랄드빛 이끼가 폭신하게 붙어 있었고, 연보라 타임 꽃과 매끈한 테라코타색 납작돌 하나가 가까이 놓여 있었다.
모루에게는 부드러운 크림회색 몸과 더듬이 넷, 넓은 나선이 세 바퀴 보이는 따뜻한 호박색 껍데기 하나가 있었다. 잎 위에는 크고 작은 둥근 빗방울 다섯이 서로 떨어져 놓여 있었다.
가운데의 가장 큰 빗방울에는 옅은 금빛 아침 원이 들어 있었다. 모루는 타임 그림자가 잎을 건너기 전에 그 둥근 빛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느릿, 느릿. 모루와 둥근 아침 사이에는 잎맥 한 굽이만 남았다.
모루는 굵은 잎맥 하나를 길처럼 따라갔다. 느릿, 느릿. 호박색 나선 뒤로 가느다란 은빛 자국이 부드럽게 굽었다.
가까워질수록 빗방울 속 아침은 더 작고 또렷해졌다. 모루가 긴 눈더듬이 둘을 앞으로 기울였다. 가장 큰 방울과 모루 사이에는 잎맥 한 굽이만 남았다.

사각, 또르르. 가장 큰 방울이 낮게 말린 잎 끝으로 움직였다.
그때 타임 꽃 사이로 산들바람이 지나갔다. 사각. 은청색 잎의 오른쪽 가장자리가 아주 조금 들렸다. 가장 큰 방울이 잎맥을 타고 또르르 굴러가기 시작했다.
작은 방울 넷은 제자리에서 동그랗게 떨었다. 가장 큰 방울만 잎의 낮게 말린 끝까지 굴러갔다. 모루도 몸을 길게 펴고 그 뒤를 따랐다.

또록. 둥근 아침은 떨어지지 않고 잎 아래에 매달렸다.
또록. 큰 방울이 잎 끝을 넘어갔다. 떨어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방울은 잎 아래에 둥글게 매달렸고, 위쪽에서는 금빛 아침 원이 보이지 않았다.

모루는 은빛 유턴을 그리고 잎의 가장 낮은 굽이로 향했다.
모루는 가장자리에서 긴 눈더듬이를 아래로 내밀었다가 천천히 거두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은빛 자국이 잎 위에 작은 유턴을 그렸다.
모루는 빗방울과 반대쪽으로 잎맥을 되짚어 갔다. 잎이 이끼에 거의 닿을 만큼 낮고 넓게 말린 자리가 그쪽에 있었다.

잎 아래에서는 굵은 크림색 잎맥이 새 길이 되었다.
모루는 말린 가장자리를 빙 돌아 잎 아래로 들어갔다. 은청색이던 길은 차분한 세이지색 지붕이 되었고, 굵은 크림색 잎맥이 새 길처럼 이어졌다. 이끼는 바로 아래에서 푹신하게 반짝였다.
느릿, 느릿. 모루가 크림색 잎맥을 따라가자 매달린 방울이 다시 보였다. 이번에는 둥근 방울 안에서 옅은 금빛 아침 원이 거꾸로 떠 있었다.

빗방울 속에는 거꾸로 뜬 아침과 호박색 나선이 함께 들어왔다.
모루는 방울에 닿지 않고 그 곁에 멈췄다. 거꾸로 뜬 아침 원 옆으로 모루의 호박색 나선이 작고 굽은 반사로 함께 들어왔다.
산들바람이 한 번 더 지나갔다. 사각. 잎은 길이면서 낮은 지붕처럼 천천히 숨을 쉬었고,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은 채 아주 조금 흔들렸다.

잎 아래의 작은 아침이 모루의 호박색 나선 곁에서 둥글게 흔들렸다.
아침빛이 높아지며 잎의 윗가장자리를 따뜻하게 밝혔다. 모루는 긴 눈더듬이 하나를 조금 낮추고 빗방울 곁에 그대로 머물렀다.
잎 아래의 작은 아침이 모루의 호박색 나선 곁에서 둥글게 흔들렸다. 또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