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Y TALE
어린이 창작 동화A KIND ORIGINAL STORY FOR CHILDREN
소라 둘레의 두 반쪽
늦은 아침의 넓고 평평한 모래만, 작은 모래게 바투는 커다란 소라 둘레에 둥근 발자국을 남기려 한다. 얕은 물결이 아래쪽 자국을 두 번 부드럽게 지우자 바투는 마른 모래에 반쪽만 놓고, 돌아오는 은빛 가장자리를 바라본다.
이야기하는 사람해온 · 이야기 / 바투 · 등장인물
어느 작은 날에

바투는 햇빛이 옮겨가기 전에 커다란 소라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싶었다.
늦은 아침, 살구빛 모래가 넓고 평평하게 펼쳐진 모래만에 커다란 크림색 소라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소라는 모래에 반쯤 박혀 꼼짝하지 않았고, 둥근 겉면에는 손바닥보다 넓은 나선이 한 번, 또 한 번 감겨 있었다. 멀리서는 얕은 은빛 파랑 물결 띠가 오고 갔다.
소라 곁에는 작은 모래게 바투가 서 있었다. 주황빛 등딱지 가운데에는 청록색 타원이 하나, 같은 크기의 집게 끝에는 크림색이 조금씩 묻어 있었다. 바투는 연노랑 햇빛 조각이 소라 나선 안으로 옮겨가기 전에 소라 둘레에 둥근 발자국 한 바퀴를 남기고 싶었다.

딱, 딱, 사각. 나란한 반달 둘이 소라의 둥근 등을 따라갔다.
바투가 소라 왼쪽에서 옆걸음을 시작했다. 딱, 딱. 여섯 발이 움직일 때마다 모래에는 작은 반달 둘이 나란히 남았다. 집게가 모래를 스치면 사각. 반달 둘, 반달 둘, 사각.
발자국은 소라의 둥근 등을 따라 천천히 굽었다. 바투가 반대편에 닿았을 때 자국은 거의 한 바퀴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 멀리 있던 물결 띠가 가느다랗게 길어졌다.

사르륵. 아래쪽 반달들은 매끈한 은빛 곡선이 되었다.
사르륵. 얕은 물결은 소라 아래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른 모래의 반달 자국은 위쪽에 그대로 남았지만, 아래쪽 자국은 매끈하고 은빛 나는 젖은 곡선이 되었다.
바투는 처음 섰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집게를 조금 더 들고, 여섯 발을 같은 간격으로 옮겼다. 딱, 딱, 사각. 새 반달 자국이 먼저 남은 자국 곁을 따라갔다.

물결이 멀어질 때마다 매끈한 반원 하나가 남았다.
그러나 바투가 소라 아래쪽에 닿자 물결이 다시 왔다. 사르륵. 물결은 새 자국의 아래쪽 반을 부드럽게 덮었다가 물러났다. 그 자리에는 조금 전과 같은 은빛 곡선이 길게 누워 있었다.
바투는 젖은 곡선의 한쪽 끝과 마른 발자국의 한쪽 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물결이 멀어질 때마다 은빛 곡선은 소라 둘레의 꼭 반쪽만 차지했다.

바투는 마른 모래에 반쪽만 놓고 빈 반쪽 앞에서 멈추었다.
바투는 세 번째 길을 젖은 곡선의 끝에서 시작했다. 마른 모래 쪽으로 딱, 딱, 사각. 반달 자국이 반원을 만들자 바투는 빈 반쪽 앞에서 집게 둘을 내리고 멈추었다.

딱딱·사각으로 온 반쪽과 사르륵으로 온 반쪽이 소라 둘레에서 만났다.
얕은 물결 띠가 돌아왔다. 바투는 달리지도, 남은 반쪽을 밟지도 않았다. 물결이 사르륵 소라 아래쪽으로 다가와 비어 있던 곡선을 따라 넓고 부드러운 흰 거품 가장자리를 놓았다.
주황빛 반달 자국의 끝과 은빛 거품 가장자리의 끝이 양쪽에서 만났다. 하나는 딱딱·사각으로 온 반쪽, 하나는 사르륵으로 온 반쪽이었다. 연노랑 햇빛 조각이 두 반쪽의 이음새를 지나 소라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딱. 이음새 곁에서 작은 은빛 동그라미가 톡 하고 퍼졌다.
바투가 마른 모래 쪽 이음새 곁을 집게 끝으로 딱 건드렸다. 젖은 모래 쪽에서는 아주 작은 은빛 동그라미가 하나 퍼졌다. 톡. 바투의 남색 점눈 둘이 그 동그라미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물결은 다시 멀어졌다. 흰 거품 가장자리는 큰 조각부터 하나씩 낮아졌고, 바투의 첫 발자국도 햇빛 아래에서 조금씩 옅어졌다.

소라 나선 안에는 햇빛 한 조각, 바깥에는 서로 다른 두 반쪽이 남았다.
바투는 새 자국을 더 만들지 않았다. 소라 곁의 마른 모래에 여섯 발을 붙이고 쉬었다. 소라 둘레에는 반달 자국 반쪽과 매끈한 은빛 반쪽이 서로 다른 결로 이어져 있었다.
멀어진 물결은 모래만 끝에서 가느다란 파랑 선이 되었다. 은빛 반원 가장자리에는 넓은 흰 거품 몇 조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커다란 소라의 나선 안으로 연노랑 햇빛 한 조각이 들어왔다. 바깥 둘레에서는 딱딱, 사각, 사르륵, 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