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Y TALE
어린이 창작 동화A KIND ORIGINAL STORY FOR CHILDREN
빗방울 우산 수선소
찢어진 우산을 들고 걷던 보리는 비 오는 날에만 문을 여는 고양이 수선사를 만난다. 우산 안쪽에 작은 구름이 생기기까지, 빗방울은 여덟 번 다른 소리를 낸다.
이야기하는 사람해온 · 이야기 / 보리 · 등장인물 / 구름 아저씨 · 등장인물
어느 작은 날에

비가 골목을 파랗게 칠하던 오후, 우산 끝에서 실 한 올이 풀렸다.
비가 골목을 파랗게 칠하던 오후였다. 보리의 청록색 우산은 바람에 한 번 뒤집히더니, 천이 세 군데나 찢어졌다. 우산 끝에서 빗물이 똑, 또르르, 똑 떨어졌다.
보리는 처마 밑에 서서 우산을 접어 보았다. 접히기는 했지만, 접을 때마다 가느다란 청록색 실 한 올이 길게 풀려 나왔다.

청록 실은 오래된 나무의 둥근 문까지 이어졌다.
실은 빗물 위에 가라앉지 않았다. 골목을 돌아 담장을 지나 오래된 나무의 둥근 문까지 둥실둥실 이어졌다.
문 안에서는 노란 불빛이 새어 나왔다. 작은 안경을 쓴 은회색 고양이가 문을 열고 말했다. ‘구름 우산 수선소입니다. 비가 그치기 전까지만 열어요.’

구멍은 셋이었고, 생긴 까닭도 셋이었다.
고양이 구름 아저씨는 우산을 펴고 구멍을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첫 구멍은 바람이 만든 것, 둘째는 담장 모서리가 만든 것, 셋째는 보리가 우산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 만든 것이었다.
‘세 구멍은 서로 다른데 한꺼번에 막으면 또 찢어져요.’ 구름 아저씨는 가장 작은 바늘 세 개를 꺼냈다.

빗방울은 모두 같은 물이었지만 소리는 하나도 같지 않았다.
작업대 한쪽에는 유리 골무가 여덟 개 놓여 있었다. 지붕에서 떨어진 굵은 빗방울, 창문을 타고 온 느린 빗방울, 나뭇잎 끝에서 오래 망설인 빗방울이 골무마다 하나씩 담겼다.
구름 아저씨는 골무를 귀에 대 보았다. 빗방울마다 소리가 달랐다. 하나는 북처럼 둥, 하나는 숟가락처럼 딸랑, 하나는 거의 들리지 않게 후우 하고 숨을 쉬었다.

밖에서는 비가, 안에서는 바늘이 작은 길을 만들었다.
보리는 우산 천을 팽팽하게 잡았다. 구름 아저씨가 첫 빗방울에 바늘을 적시자 실이 스스로 구멍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둘째 빗방울은 매듭을 조였고, 셋째 빗방울은 천의 주름을 가만히 폈다.
둘은 말없이 오래 바느질했다. 밖에서는 비가 지붕을 두드렸고, 안에서는 바늘이 사각, 사각, 아주 작은 길을 만들었다.

우산 안쪽에서 가장 작은 구름 하나가 졸고 있었다.
마지막 매듭을 묶자 구름 아저씨가 우산을 활짝 폈다. 겉은 전과 같은 청록색이었지만 안쪽에는 조그만 흰 구름들이 떠 있었다.
보리가 우산을 왼쪽으로 기울이면 구름도 왼쪽으로 흘렀다. 오른쪽으로 돌리면 구름이 천천히 따라왔다. 가장 작은 구름 하나는 손잡이 바로 위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우산 아래에는 보리, 우산 위에는 참새, 우산 안에는 작은 구름이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젖은 참새 한 마리가 화분 밑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보리는 우산을 조금 낮췄다. 참새는 우산살 위로 폴짝 올라왔다.
보리와 참새가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우산 안쪽 구름도 함께 흘렀다. 참새가 깃털을 털자 가장 작은 구름이 놀라 동그랗게 부풀었다.

둥근 문은 사라졌지만 실 끝은 다음 비가 올 곳을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비는 그치고 나무의 둥근 문도 보이지 않았다. 문이 있던 자리에는 평범한 나무껍질과 작은 버섯 두 개뿐이었다.
다만 풀밭 위에 청록색 실타래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실 끝은 바람도 없는데 살랑, 살랑 움직이며 다음 비가 올 골목 쪽을 가리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