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분석 · 책과 과학
세포는 ‘인간 기반’인데, 그 인간은 어디에 남나
미국 국립보건원이 동물 의존을 줄일 인간 오가노이드·자동화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를 다시 펼치면 더 인간에 가까운 실험모델을 만드는 일과, 그 모델의 출발점인 사람을 더 인간답게 대하는 일이 왜 별개의 과제인지 보인다.

THE MARGIN’S READING저는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가 새 인간 기반 연구에 남기는 요구는 세포의 성능만 표준화하지 말고, 그 세포를 내어 준 사람의 동의·통제·기여도 연구 인프라의 일부로 기록하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읽어주는 긴 분석은 별도 오디오판으로 준비 중입니다.
한 사람의 조직이 병원 복도를 건넌 뒤, 이름은 두 글자로 줄었다
1951년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한 여성의 자궁경부 종양 조각이 유리관으로 옮겨졌다. 헨리에타 랙스에게 그 이동을 묻는 사람은 없었지만, 세포는 HeLa라는 두 음절을 달고 수십 년 동안 세계의 실험실을 건넜다.
미국 국립보건원 NIH는 이 사실을 지금도 분명히 적는다. 당시 31세였던 랙스의 조직은 그의 지식이나 동의 없이 얻어졌고, 거기서 나온 HeLa는 안정적으로 배양된 첫 인간 세포주가 됐다. 환자는 1951년에 숨졌지만 연구 재료는 계속 분열했고, 사람의 시간과 세포의 시간이 갈라졌다.
2026년 9월 21일 NIH는 동물모델 의존을 줄이고 인간 생물학을 더 직접 반영하는 연구 인프라 다섯 가지를 공개했다. 8,800만 달러가 넘는 시설 투자, 700만 달러가 넘는 측정기술 경연, 표준 오가노이드와 로봇·인공지능을 결합할 실험실이 그 묶음에 들어갔다.
과학은 이제 사람에게서 얻은 세포로 간·폐·심장·장기의 일부 특징을 닮은 작은 모델을 만들고, 기계가 그 모델을 반복해 키우고 읽는 단계로 간다. 바로 그래서 오래된 유리관이 다시 중요해진다. 모델이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그 모델이 누구에게서 어떻게 왔는지 묻는 거리는 더 멀어져도 되는가.
책은 불멸의 세포와 유한한 가족을 같은 속도로 읽지 않는다
레베카 스클루트의 2010년 논픽션은 HeLa의 업적을 연대순으로 늘어놓는 과학사에 머물지 않는다. 실험실에서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의 역사와, 어머니가 어떻게 연구 재료가 됐는지 뒤늦게 알아 가는 가족의 시간을 번갈아 놓는다. 두 시간표는 좀처럼 같은 박자로 움직이지 않는다.
과학의 쪽에서는 세포가 운반되고 나뉘고 표준 재료가 된다. 가족의 쪽에서는 설명되지 않은 말들이 쌓이고, 헨리에타의 딸 데버라는 어머니의 세포가 살아 있다는 문장을 자기 삶의 언어로 이해하려 애쓴다. 같은 사실이 연구자에게는 도구의 성공이고 가족에게는 죽은 사람의 경계가 다시 흔들리는 사건이다.
이 구성 덕분에 독자는 발견의 밝은 면과 착취의 어두운 면 가운데 하나만 고르지 못한다. HeLa가 의학 연구에 중요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지우면 과학사를 왜곡하고, 그 출발에서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작게 만들면 사람의 역사를 왜곡한다. 책은 두 진실을 한 문장에 억지로 화해시키지 않는다.
독립 비평이 이 책을 세포 하나마다 복잡한 삶이 붙어 있음을 보여주는 서사라고 평가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현미경 아래 보이는 것은 둥근 핵과 섬유의 망이지만, 책은 렌즈 밖으로 카메라를 돌린다. 재료의 성질을 설명한 뒤에도 그 재료가 된 사람이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서사적 장치다.
계속 자라는 능력은 축복이었지만, 그 단어는 누구의 삶을 가렸나
‘불멸’은 강력한 제목이지만 세포와 사람에게 같은 뜻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HeLa는 몸 밖에서 계속 배양할 수 있었고 같은 재료를 여러 실험실이 나눠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증식은 암세포의 성질이었으며, 헨리에타 랙스 개인이 살아남았다는 뜻도 그의 경험이 세포 안에 온전히 보존됐다는 뜻도 아니다.
세포주가 반복 가능한 도구가 되자 연구자는 어제와 비슷한 재료로 다른 가설을 시험할 수 있었다. 이 안정성은 연구의 속도와 비교 가능성을 키웠다. 동시에 HeLa의 빠른 증식은 다른 세포배양을 뒤덮어 연구자들이 전혀 다른 조직을 실험한다고 믿게 만드는 오염 문제도 낳았다.
2017년 PLOS ONE 연구는 잘못 식별된 세포를 사용한 논문 3만2,755편을 보수적으로 찾아냈고, 그 논문들이 약 50만 편의 다른 글에 인용됐다고 추정했다. 이 수치는 HeLa가 나쁜 재료라는 뜻이 아니다. 출처와 정체를 확인하지 않은 표준 재료가 얼마나 멀리 잘못된 확신을 운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책의 제목은 두 겹으로 바뀐다. 세포는 실험실에서 죽지 않는다는 의미로 불멸했고, 헨리에타의 이름은 책이 그 익명성을 되돌린 뒤 공적 기억에서 불멸해졌다. 하지만 이름을 되찾았다고 통제와 보상과 사생활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기억은 정의의 시작일 수 있지만 영수증의 마지막 줄은 아니다.
동물 대신 인간 모델로 가는 길은 더 정확한 질문을 약속한다
NIH가 말하는 새 접근법은 단순히 배양접시의 종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닮도록 키운 작은 실험모델이고, 계산모델과 장기칩 같은 방법도 동물이 인간 질환과 약물반응을 얼마나 잘 대신하는지에 의존해 온 연구의 한계를 줄이려 한다.
9월 21일 발표는 열 개 인프라 사업에 8,800만 달러 이상을 배정하고, 새로운 측정법을 겨루는 Qu-SAFE에 7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걸었다. NIH 임상센터의 자동화 실험실은 표준화된 오가노이드, 로봇,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닫힌 반복 고리로 묶어 다음 실험을 정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별도의 표준 오가노이드 모델링 센터 SOM은 간·폐·심장·장 모델부터 시작하고, 나이·성별·유전적 조상이 다른 인간 세포원을 함께 쓰겠다고 밝혔다. 프로토콜과 데이터와 살아 있는 오가노이드를 공개 저장소로 나누고, 구조·분자·기능 기준으로 여러 장소의 재현성을 비교하는 계획도 적었다.
이 방향은 실제 장점이 크다. 동물의 몸에서 보인 반응이 사람에게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문제를 줄이고, 서로 다른 연구실이 같은 절차를 검증하며, 인간 집단의 차이를 실험 설계에 더 일찍 넣을 수 있다. NIH도 동물모델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가능한 곳에서 의존을 줄이는 전환으로 설명한다.
‘인간 기반’이라는 과학적 형용사는 ‘인간 존중’이라는 윤리적 판정이 아니다
여기에는 같은 단어를 쓰는 서로 다른 인간이 있다. ‘인간 기반 모델’의 인간은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생물학적 출처를 뜻한다. ‘인간을 존중하는 연구’의 인간은 조직을 제공한 사람이 무엇에 동의했고, 누가 자료를 보며, 상업적 이용과 새 용도를 어떻게 설명받는지를 뜻한다.
두 목표는 서로 돕지만 자동으로 겹치지 않는다. 다양한 기증자의 세포를 모을수록 모델은 실제 인구의 차이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세포가 더 넓게 공유되고 새로운 목적으로 재사용될수록, 처음 동의할 때 상상하지 못한 연구와 상업화와 유전체 정보가 기증자와 가족에게 다시 연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NIH의 SOM 페이지는 이 문제를 전혀 외면하지 않는다. 세포주의 이질성, 지역사회 참여, 생명윤리 감독을 ‘윤리적이고 포용적인 이용’ 원칙에 넣는다. 다만 9월 21일 투자 발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세포를 어떤 동의 아래 모으고, 철회와 2차 이용을 어떻게 관리할지까지 정한 운영 규정은 아니다.
그 빈칸을 곧바로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인프라 발표와 개별 연구의 동의서는 문서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클루트의 책을 거치면 그 빈칸을 기술 부록으로 미룰 수도 없다. 사람에게 더 가까운 모델의 신뢰는 세포가 장기를 얼마나 닮았는지뿐 아니라, 그 세포가 공적으로 설명 가능한 경로를 따라왔는지에도 달려 있다.
한 번의 서명은 아직 발명되지 않은 용도까지 얼마나 멀리 따라갈 수 있나
현재의 동의 절차는 1951년과 같지 않다. NIH는 데이터와 생체시료를 보관해 미래 연구에 쓸 때, 관련 없는 질환 연구나 상업기관과의 공유 가능성, 보관 기간, 공유를 통제하는 주체, 식별정보를 어떻게 분리하는지를 설명하는 예시 문구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문구 자체도 완전한 동의서가 아니라고 밝힌다.
어려움은 미래 연구의 구체적 모양을 현재 사람이 모두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피나 조직을 제공할 때는 평면 세포배양을 떠올렸는데, 몇 년 뒤 그 세포가 장기와 비슷한 입체 구조나 동물과 결합한 모델, 세계 여러 연구실이 내려받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넓은 동의는 연구를 가능하게 하지만 설명의 해상도를 낮춘다.
오가노이드 윤리 연구들은 그래서 동의를 한 번 받는 서류보다 계속되는 거버넌스로 보자고 제안한다. 저장 기간과 2차 이용의 범위, 상업화 가능성, 민감한 새 용도, 철회가 실제로 가능한 지점을 구분하고, 기증자와 환자 집단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목소리를 갖게 하자는 논의다.
HeLa의 사례는 모든 생체시료에 같은 답을 주지 않는다. 한 사람의 세포주가 세계적 도구가 된 이례적인 사건을 수많은 기증의 보편 법칙으로 옮기면 또 다른 과장이 된다. 그래도 이 사례는 동의가 단순한 입장권이 아니라, 연구가 원래 설명을 벗어날 때 다시 대화할 통로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질문을 선명하게 남긴다.
세포를 익명으로 불러도, 유전체는 가족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HeLa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익명화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2013년 한 연구팀이 HeLa 세포주의 전장 유전체를 온라인에 공개하자, 세포의 정보가 이미 알려진 헨리에타와 그의 후손에 관한 확률적 정보를 드러낼 수 있다는 문제가 다시 나타났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신뢰가 유지되지는 않았다.
연구자들은 공개 자료를 내렸고, NIH는 랙스 가족과 협의해 통제된 접근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NIH 지원 연구자가 HeLa의 DNA나 RNA 전장 유전체 자료를 만들면 지정 데이터베이스에 제출할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쓰려는 연구자는 접근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 구조에는 가족 구성원이 참여한다.
이 합의는 뒤늦게나마 가족을 연구의 의사결정 안으로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동시에 원래 동의가 없었던 일을 소급해 완전히 고칠 수는 없고, 모든 HeLa 세포 사용이나 소유·보상의 문제를 포괄하는 계약도 아니다. NIH가 직접 설명하듯 적용 대상은 특정한 전장 유전체 자료의 제출과 접근이다.
오가노이드와 열린 저장소의 시대에는 이 구분이 더 중요해진다. 세포의 모양만 공유하는 것과 그 세포가 가진 유전체를 나누는 것은 사생활 위험이 같지 않다. ‘비식별’이라는 한 단어로 모든 위험을 덮기보다 어떤 자료가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열리는지 층을 나눠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모두가 같은 모델을 쓰게 할수록, 출처는 더 또렷해야 한다
표준화는 연구자가 같은 이름으로 서로 다른 대상을 실험하는 오류를 줄인다. SOM 센터가 로봇과 영상, 인공지능으로 배양 절차를 다듬고 미리 정한 성능 기준을 적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프로토콜이 다른 연구실에서도 비슷하게 작동해야 결과를 비교하고 규제 판단에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표준은 차이를 지워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이·성별·유전적 조상이 다른 세포원을 포함하겠다는 NIH의 계획은 하나의 편리한 모델이 ‘인간 전체’로 오인되는 일을 줄이려는 장치다. 대표성은 샘플 수만 늘린다고 생기지 않고, 누가 빠졌는지와 어떤 차이를 측정했는지 밝혀야 생긴다.
이때 출처 기록은 윤리 문서이면서 품질관리 문서가 된다. 어떤 조직에서 어떤 절차로 나온 세포인지, 몇 차례 배양됐는지, 어떤 이용에 동의했는지, 유전체와 임상정보가 어느 수준으로 연결되는지가 빠지면 연구자는 모델의 한계도 기증자에 대한 의무도 함께 놓친다.
HeLa가 다른 세포주를 뒤덮은 역사는 이 두 종류의 기록이 갈라질 때 생기는 비용을 보여준다. 세포의 정체를 잘못 알면 실험 결론이 흔들리고, 사람의 정체를 지우면 연구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새 인프라가 닫아야 할 것은 배양 편차만이 아니라 이 두 장부 사이의 틈이다.
연구 재료는 특별한 타인의 몸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1951년의 예외적인 잘못으로 밀어두면 독자는 안전한 관객이 된다. 그러나 수술 뒤 남은 조직, 혈액, 유전체 정보, 전자의무기록은 진료와 연구의 경계에서 계속 이동한다. 어떤 연구는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인간 대상 연구’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인간 시료와 데이터를 쓴다.
그렇다고 모든 시료 이용이 부당하거나 각 실험마다 다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도 성급하다. 대규모 연구는 수많은 사람의 자료를 장기간 연결해야 하고, 완전히 새 용도를 매번 예측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연구의 공익과 개인의 통제는 하나를 지우면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살아나는 저울이 아니다.
독자에게 걸린 문제는 그래서 소유권 퀴즈보다 신뢰의 구조다. 누가 시료를 보관하고, 누가 새 연구를 승인하며, 상업기관도 접근하는지, 철회 뒤 이미 배포된 자료는 어떻게 되는지, 연구 성과와 부담이 어떤 집단에 돌아가는지를 공개하는 기관은 동의서 한 장보다 긴 관계를 만든다.
스클루트의 책에서 데버라가 원한 것은 세포생물학 설명만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누가 무엇을 했고 왜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이어지는 설명이었다. 과학이 복잡할수록 대중에게 필요한 것은 더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질문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책임의 주소다.
더 인간에 가까운 모델은, 인간을 기록하는 방식까지 바꿀 때 완성된다
저는 새 인간 기반 연구의 성패를 동물을 얼마나 빨리 줄였는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사람의 장기를 더 잘 닮고 여러 연구실에서 재현되는 모델을 만드는 일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기증자를 원료 공급점으로만 남긴다면 과학은 모델의 인간성은 높이고 관계의 인간성은 낮출 수 있다.
그래서 동의·출처·접근권·대표성·이익 공유를 실험 뒤에 붙는 윤리 부록이 아니라 연구 인프라의 성능으로 다뤄야 한다. 프로토콜이 재현 가능해야 하듯 시료가 온 경로도 설명 가능해야 하고, 모델의 한계를 기록하듯 동의의 범위와 새 용도를 다시 심사할 규칙도 기록돼야 한다.
남은 사실의 범위는 좁다. 9월 21일 발표는 투자와 시설·경연·검토 체계를 묶은 출발 기록이지, 오가노이드가 동물모델을 전면 대체했거나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했다는 결과가 아니다. NIH도 동물모델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가능한 경우 의존을 줄인다고 적었다.
SOM 센터의 초기 장기는 간·폐·심장·장이고, 구체적인 세포 조달과 개별 동의는 각 연구와 저장소의 규정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HeLa 가족 합의도 모든 인간 시료의 해답이 아니라 특정 유전체 자료의 통제 장치다. 세포는 이미 인간 기반이지만, 그 인간은 출처와 동의와 결정권을 모델의 성능표 옆에 함께 남길 때 비로소 연구 안에 남는다.
READING DE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