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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사라진 세상: 시민 추첨제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을까?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리즈 트러스, 나이젤 파라지부터 자크 폴란스키, 재신다 아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까지. 오늘날 선출직 정치인들이 펼치는 극단적인 대립과 정치적 혼란을 바라보며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차라리 정당과 선거를 전부 없애버리면 안 될까?"라는 급진적인 생각이 들 만큼 말이죠.
프랑스 출신의 예일대 교수 헬렌 랜드모어(Hélène Landemore)는 저서 선거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oliticians)를 통해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바로 정당과 선거를 완전히 폐지하고, 제비뽑기로 무작위 추출된 일반 시민들이 2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는 '제비뽑기 정치(Lottocracy)'입니다. 국가 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종의 '초강력 배심원제'를 도입하자는 셈입니다.
정치가 근본적으로 고장 났다고 진단하는 이 흥미로운 제안은 과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랜드모어 교수가 주장하는 시민 참여의 인문학적 가치와 함께, 이 파격적인 시스템이 안고 있는 4가지 명확한 현실적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1. 진정한 소통의 회복: 소셜 미디어의 야유 대신 얼굴을 맞댄 논의
랜드모어 교수의 주장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감동적인 대목은 시민 의회에 직접 참여한 일반 대중이 보여준 인간적 변화입니다.
2018년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프랑스의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 위기 대책과 존엄사(조력 존엄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민 의회를 설치했습니다. 랜드모어 교수는 이 현장은 물론, 금융 위기 직후의 아이슬란드, 벨기에 지방 정부, 그리고 낙태 합법화를 이끌어내 큰 찬사를 받았던 아일랜드 시민 의회 사례를 깊이 있게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뜻밖의 인문학적 가치가 창출됨을 확인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서로를 향해 소리치던 낯선 이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때, 서로의 관점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고 깊은 시민적 유대감이 형성된 것입니다.
"낯선 이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관점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할 때 깊은 시민적 유대감과 지속적인 우정이 피어난다. 이는 소셜 미디어에서 서로를 향해 야유를 퍼붓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진정한 대화의 가치를 보여준다."
양극화가 극에 달한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명화된 방식으로 이견을 조정하는 '숙의(Deliberation)'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사회적 자산입니다.
그러나 랜드모어 교수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존재합니다. 이 기간 프랑스에서 극우 세력이 지속적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엘리트의 결정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의 유혹을 막아내는 완전한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2. 민감한 사회적 타부, 시민의 지혜로 풀다
기존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의 표심을 의식하느라 민감하고 논란이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추첨으로 뽑힌 시민 의회는 이러한 정치적 셈법에서 자유롭습니다.
실제로 아일랜드에서는 낙태와 동성혼 합법화라는 극도로 민감한 윤리적 쟁점을 시민 의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해결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영국의 정치권이 표심을 잃을까 두려워 미뤄두었던 사회적 돌봄 개혁, 트랜스젠더 권리, 이민자 문제나 프랑스의 기후 정책 등도 시민의 지혜를 모아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입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반쪽짜리 진실과 즉흥적인 판단 압박에 시달리는 기존 정치와 달리, 시민 의회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닙니다.
3. "테스코로 돌아가지 않겠다면?"—제비뽑기 정치가 만든 현실적 난제
하지만 특정 이슈를 다루는 '시민 심사위원단'을 넘어,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추첨제 의회'로 전면 대체하려 할 때 심각한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비평가들이 지적하는 핵심 난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강제 징집 대 자율 사퇴의 모호함과 고용 보장: 추첨에 당첨된 '황금 티켓' 소지자가 국정 참여를 원치 않을 때 강제로 권력에 징집할 것인가, 아니면 사퇴(opt out)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합니다. 또한, 2년의 임기 동안 기존 고용주가 그들의 일자리를 계속 보장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임기 후 복귀 및 리더십 승격의 불안정성: 2년 동안 국정을 운영하며 자신이 뜻밖에 정치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 시민이, 임기 후 원래의 직업(예: 테스코 마트 직원)으로 순순히 돌아가려 할까요? 랜드모어 교수는 뛰어난 리더를 국가원수급 권한을 갖는 '집행위원회(overseeing executive board)'로 '유기적(organically)' 승격시키는 방안을 이론적으로 구상하지만, 이는 매우 불안정하고 비현실적인 비약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민주적 통제력의 부재: 만약 제비뽑기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엉망으로 운영한다면 국민은 그들을 어떻게 중도 쫓아낼 수 있을까요? 선거라는 가장 강력한 민주적 통제 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국민투표 피로감: 랜드모어 교수는 추첨제 의회를 통제하기 위해 주요 쟁점마다 연속적인 국민투표(Constant Rolling Referendum)를 제안합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와 브렉시트(Brexit)를 연이어 겪으며극심한 사회적 분열을 경험한 이들에게 매번 국민투표를 붙이자는 제안은 극심한 피로감만을 가져다줄 뿐입니다.
4. 재앙적 위기와 권력의 유혹—아마추어 정치가 넘지 못할 벽
장기적인 윤리적 쟁점(낙태, 기후 변화)에는 오랜 시간 숙의하는 '집단 지성'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재앙이나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느 날 아침 도널드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영유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영국 리즈 트러스 정부 시절처럼 무리한 예산안 파동으로 파운드화가 폭락하거나, 치명적인 팬데믹이 감돌 때 전문가와 경험이 배제된 아마추어 시민 의회가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을 내놓기는 어렵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은 훈련된 경험과 전문성입니다.
또한, 직업 정치인을 없앤다고해서 권력의 유혹이나 인간의 본성까지 바꿀 수는 없습니다.
기득권 이익단체들이 전문 정치인을 로비하듯, 무작위로 뽑힌 시민 의원을 로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평범한 시민이 하루아침에 막강한 권력을 쥐었을 때, 권력에 도취되어 부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Animal Farm)이 보여주듯, 기존 엘리트 특권층을 축출했다고 해서 새롭게 권력을 잡은 아마추어들이 똑같은 압박과 유혹 속에서 기존 정치인의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론: 더 나은 정치를 향한 마지막 질문
현재의 정치 시스템이 엘리트주의에 물들고, 부패했으며, 돈 많은 기득권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은 정당합니다. 타인의 목소리를 압도하려는 과도한 자의식의 소유자들이 정치를 독점하는 현상도 답답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전문 정치인을 없애고 아마추어로 전면 대체하는 혁신이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어 말합니다. 정치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결함은 결국 제도 그 자체보다, 권력을 쥐고 있거나 그들에게 투표하는 '인간의 본성'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정치인들에게 깊은 환멸을 느끼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이 마지막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