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S ORIGINAL · 원문 작성 · ARCHIVE 224416233095

정부의 '가성비' 수치가 당신을 속일 수 있는 4가지 이유: 비용편익분석의 이면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글자
날짜판으로
원문 수록 이미지
원문 AI 제작 표시 보존

1. 정책의 효율성을 측정한다는 것의 유혹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공공 정책의 핵심 과제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의 배분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공공 자금의 한계 가치(Marginal Value of Public Funds, 이하 MVPF)’라는 지표를 즐겨 사용한다. MVPF의 산식은 명료해 보인다. 분자에는 정책 수혜자가 해당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고자 하는 의사(Willingness to Pay)를 두고, 분모에는 정부의 순비용(총비용에서 정책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을 뺀 값)을 둔다. 만약 정책이 수혜자의 소득을 높여 세수를 대폭 증대시킨다면 분모는 0에 수렴하게 되고, MVPF는 ‘무한대’라는 매력적인 숫자로 도출된다.

이처럼 정책이 스스로 비용을 충당(Self-financing)한다는 ‘무한대’의 가성비는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데이터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숫자는 정책의 실제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숫자의 마법 뒤에 숨겨진 네 가지 비판적 통찰을 통해 MVPF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 첫 번째 통찰: "가장 비옥한 땅"에서만 거둔 성적표의 함정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전, 보통 소규모 실험을 거친다. 그러나 헌트 올컷(Hunt Allcott, 2015)의 연구가 지적하듯, 초기 테스트는 주로 정책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비옥한 땅(Fertile Soil)’에서 이루어진다.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 사례를 보면, 초기 참여자들은 이미 환경 보호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집단이었다.

"초기 테스트는 이후 전개될 정책의 전체 효과를 크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초기에 접촉한 집단이 가장 열성적이고 환경 보호론자(environmentalist)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정책 효과를 선형적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가장 수용적인 집단에서 얻은 ‘최상의 시나리오’가 전체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가정은 데이터의 계통적 편향(Systematic bias)을 무시한 처사다.

3. 두 번째 통찰: 개인의 성공이 사회 전체의 성공은 아니다 (제로섬의 오류)

정책이 특정 개인의 역량을 높였다고 해서 그것이 곧 사회 전체의 부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부분 균형(Partial Equilibrium)’과 ‘일반 균형(General Equilibrium)’의 괴리 때문이다.

직업 훈련의 치환(Displacement) 효과: 크레퐁 등(Crepon et al., 2013)이 프랑스에서 실시한 무작위 통제 실험에 따르면, 직업 훈련을 받은 이들의 취업률은 상승했으나 이는 훈련을 받지 않은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어온 결과에 불과했다. 즉, 사회 전체적인 일자리 순증가는 0에 수렴할 수 있다는 ‘제로섬 게임’의 속성이 드러난 것이다.

교육의 신호 기제(Signaling): 교육은 실질적 생산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하는 ‘신호’ 역할도 수행한다. 노르웨이의 의무 교육 사례를 연구한 아리알 등(Aryal et al., 2022)은 교육의 가치 중 약 30%가 순수한 신호 기제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분석적 권고: 정책 효과가 타인의 기회를 치환하는 방식이라면, 소수를 대상으로 한 MVPF 수치는 국가 전체로 확대했을 때 반드시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

4. 세 번째 통찰: 60년 전의 성공은 오늘날의 정답이 아니다

과거의 영광스러운 연구 결과를 현대 정책의 근거로 삼는 ‘증거 통합’의 과정에는 ‘대안적 선택지(Outside Options)’의 변화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변화된 기회비용: 1960년대의 ‘페리 프리스크 프로젝트’ 같은 유아 교육 프로그램이 극적인 효과를 낸 이유는 당시 빈곤층에게 다른 대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인과 월터스(Kline and Walters, 2016)의 지적처럼, 오늘날은 다양한 정부 보조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즉, 현대의 정책은 이미 향상된 대안적 선택지들과 경쟁해야 하기에 과거와 같은 상대적 고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적 불일치: 테네시주에서의 유아 교육 실험은 6학년 시점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보스턴(Gray-Lobe et al., 2023)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를 두고 세인트루이스나 덴버와 같은 제3의 도시에 적용할 ‘평균적 지표’를 도출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5. 네 번째 통찰: 숫자의 마법 뒤에 숨겨진 위태로운 연결고리

MVPF 수치는 수많은 데이터 선택과 가정으로 이루어진 ‘긴 선택의 사슬(The Long Chain of Choices)’ 끝에 나온다. 이 사슬의 어느 한 고리만 어긋나도 결과는 왜곡된다.

데이터 선택의 자의성: 헨드런과 스프렁-키저(Hendren and Sprung-Keyser, 2020)는 유치원 시험 점수를 미래 임금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체티 등(Chetty et al., 2011)의 연구를 인용했다. 그러나 체티의 연구에서 학급 규모는 점수를 높였지만 수익은 늘리지 못한 반면, 종합적인 학급 품질은 점수와 수익 모두를 높였다. 분석가가 이 중 어떤 데이터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가성비는 극적으로 달라진다.

정치적 편향과 측정의 취약성: 영국 정부 사례에서 보듯, 정책 입안자들은 흔히 세금 징수 비용(Deadweight loss)을 0으로 가정하며 지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하지만 1파운드의 세금을 걷기 위해 시민이 감내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은 결코 0이 아니다.

분수(Ratio)의 위험성: MVPF는 분수 형태이기에 분모인 비용 추정치에 아주 작은 측정 오차(Measurement error)만 발생해도 최종 수치가 무한대로 치솟거나 급락한다. 이러한 불안정한 수치를 정책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6. 결론: 블랙박스를 넘어선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

MVPF는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숫자로 요약해주는 편리한 도구지만, 동시에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판을 짜는(Stack the deck)’ 수단으로 오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가성비’ 수치들은 때때로 세금의 왜곡 효과와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가리는 ‘블랙박스’가 된다.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설계한 수치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부 지출 확대를 위한 편향된 근거는 아닌지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공공 정책의 핵심은 숫자를 흔들어 산출물을 얻어내는 기계적 과정이 아니라, 그 숫자 너머에 숨겨진 복잡한 사회적 진실을 직시하는 통찰에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수치에 의존해 미래를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그 숫자 너머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Source: Nicholas Decker, What Do Cost Benefit Tests Measure? Homo Economicus, Sep 1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