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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의 역설: 노르웨이의 '현명한 왜곡'과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의 법적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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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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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해소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경제학의 고전적인 난제입니다. 흔히 ‘부유세(Wealth Tax)’는 자본 유출을 초래하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징벌적 수단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부유세는 정말 경제의 적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우리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반직관적인 데이터와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노르웨이의 연구 결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법적 논란은 세제 설계의 정밀함이 경제 주체의 행동을 어떻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 [반직관적 발견] 노르웨이의 부유세는 고용을 ‘증대’시킨다

부유세가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공포와 달리, 노르웨이 Frischsenteret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세제 개편 데이터를 통해 놀라운 인과관계를 입증했습니다. 연구팀은 고도화된 통계 모델(Saturated control function approach)을 활용해 세제 개편의 영향을 완전히 격리하여 분석했으며, 부유세 수준과 비상장 기업의 고용 성장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이 현상의 핵심은 세금 부담이 가계의 노동 공급을 자극하는 ‘소득 효과(Income effect)’에 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자산가가 느끼는 “가난해졌다는 감각(소득 효과)”이 “투자를 회피하려는 성향(대체 효과)”을 압도하면서, 오너와 그 가족들이 세금 납부액을 충당하기 위해 오히려 노동 공급을 늘리거나 사업 확장에 매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중소 가족 기업에서 두드러진 미시적 효과이며, 국가 전체의 총 고용(Aggregate employment) 측면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결과는 가계의 부유세 수준과 그 세납자가 소유한 비상장 기업의 이후 고용 성장 사이에 고도화된 통계 모델을 통해 입증된 긍정적인 인과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 Frischsenteret 연구팀 보고서 中

2. [전략적 선택] 세금 회피를 위한 ‘자본의 질적 재배분’

왜 노르웨이의 기업가들은 세금 앞에서 고용을 늘리는 선택을 했을까요? 이는 부유세가 가진 ‘불완전한 설계’를 역이용한 결과입니다. 노르웨이 세법상 기계나 건물 같은 유형 자산은 장부 가치로 계산되어 과세 대상이 되지만, 인적 자본이나 브랜드 가치 같은 무형 자산은 사실상 과세에서 제외됩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재배분 효과(Portfolio reallocation effect)는 자본과 노동의 비율을 왜곡시킵니다.

기업가들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세 대상인 물리적 자본(기계 등) 대신, 세금이 붙지 않는 ‘사람(인적 투자)’에게 자본을 투입합니다.

즉, 고용 증대는 정책의 의도된 결과라기보다, 불완전한 자산 평가 체계가 만들어낸 일종의 ‘현명한 왜곡’인 셈입니다.

3. [현실적 제약] ‘현금이 부족한’ 오너에게 부유세는 여전히 독이다

모든 기업에 부유세가 보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르웨이 사례에서도 유동성이 부족한(Poor liquidity) 오너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관찰되었습니다. 자산의 대부분이 기업 지분에 묶여 있어 당장 세금을 낼 현금이 부족한 오너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기업에서 자본을 인출해야만 합니다. 이 경우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어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정책이 기업의 재무 상태라는 필터를 거치며 ‘독’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4. [법적 지뢰밭]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가 직면한 헌법적 위기

노르웨이가 연례적인 부유세를 통해 행동의 변화를 유도했다면, 캘리포니아의 Prop 40(Billionaire Tax Act)은 단발적인 강력한 충격을 가하려다 법적 지뢰밭에 빠졌습니다. 이 법안은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부유층에게 5%의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러 지점에서 위헌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실질의 원칙과 ‘소비세’ 위장: Prop 40은 헌법상 재산세 제한을 피하기 위해 이를 ‘부의 축적 행위’에 대한 소비세(Excise tax)라고 명명했습니다. 하지만 법 전문가들은 거래나 소득 없이 보유 자산에 매기는 이 세금의 실질은 명백한 재산세라고 지적합니다.

위헌적 소급 입법: 이 법안은 통과되기도 전인 2026년 1월 1일 기준 거주자에게 세금을 물립니다. 연방 대법원이 금지하는 ‘완전히 새로운 조세(Wholly new tax)’의 소급 적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격적인 안분 방식과 하한선: 주를 떠난 사람에게도 100%의 세금을 매기려 하며, 설령 부의 축적이 캘리포니아와 무관함을 입증하더라도 최소 25%의 안분율(Apportionment floor)을 강제합니다. 이는 거주의 자유와 정당한 과세권 범위를 넘어서는 대목입니다.

가족 및 신탁 규제: 법안 발표 전인 2025년 10월 이전에 설립된 비거주자 신탁이나 타 주에 사는 배우자의 자산까지 합산 과세하려 하여 적법 절차(Due process) 위반 소지가 다분합니다.

5. [숨겨진 피해자] 감정평가사를 향한 파산 수준의 벌금

Prop 40의 가장 가혹한 지점 중 하나는 비상장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사들에게 부과되는 벌금 규정입니다. 비상장 기업의 가치는 평가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음에도, 법안은 평가액 과소 산정 시 세액의 4%를 벌금으로 부과합니다. 이는 선의의 오류조차 감정평가사 개인에게는 파산 수준의 징벌이 될 수 있어, ‘과도한 형벌 금지 원칙(Excessive Fines Clause)’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이 제안된 세금 제도는 감정평가사들에게 세액의 4%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는 선의의 평가 오류에 대해서도 캡(Cap)이 없는 파산 수준의 징벌을 가하는 것이다." — Tax Foundation 보고서 中

결론: 우리는 어떤 유인을 설계할 것인가

노르웨이와 캘리포니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노르웨이는 자산 평가의 불완전성을 역이용하여 자본이 인적 투자와 고용으로 흐르게 하는 정교한 설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시도는 법적 정밀함이 결여된 채 세수 확보에만 몰두한 결과, 수익은커녕 막대한 소송 비용과 기업가들의 이탈(Chilling effect)이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부유세는 단순한 징벌적 세금을 넘어,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경제 주체의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자산의 숫자에만 세금을 매기길 원합니까, 아니면 그 자산이 고용과 같은 사회적 가치로 흐르도록 유도하길 원합니까?

Sources: Marie Bjørneby, Simen Markussen, and Knut Røed, An imperfect wealth tax and employment in closely held firms, Economica, 2022

Jared Walczak, Constitutional Flaws of California’s Proposed Wealth Tax, Tax Foundation, August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