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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단어를 매일 쓰면서도 우리가 진짜 의미를 모르는 이유: 올리버 트랄디와의 대화에서 얻은 6가지 통찰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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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익숙하지만 가장 낯선 단어, '정치'

우리는 일상에서 '정치'라는 단어를 공기처럼 호흡하며 삽니다. 아침 뉴스에 나오는 여야의 정쟁을 보며 "정치가 문제다"라고 개탄하고, 회사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줄타기를 "사내 정치"라 부르기도 하죠. 아마 하루에 적어도 수십 번은 이 단어를 쓰거나 들으실 겁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서 생각해 봅시다. "그래서 정치가 정확히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명쾌하게 답하실 수 있나요? 철학자 올리버 트랄디(Oliver Traldi)와 레베카 로우(Rebecca Lowe)는 바로 이 지점에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정치는 민주주의나 자유보다 훨씬 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려 하면 그 어떤 개념보다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철학적 난제'가 됩니다. 우리가 매일 쓰면서도 사실은 잘 몰랐던 정치의 진짜 얼굴, 6가지 통찰을 통해 번역해 드립니다.

2. [통찰 1] 정치는 '정치인이 정치적인 곳에서 하는 일'인가? (정의의 순환성)

사람들에게 정치를 정의해 보라고 하면 대개 이런 식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정치인들이 국회 같은 곳에서 하는 일이죠" 혹은 "정치적 권위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리버 트랄디는 이것이 전형적인 '순환 정의(Circular definition)'의 함정이라고 지적합니다.

정의의 실종: '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정치인'이나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끌어오는 것은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단어의 나열: 트랄디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의가 막힐 때 "정치"라는 단어를 최대한 많이 주변에 던져 놓는다고 해서 정의가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부재를 단어의 숲 뒤에 숨기는 것일 뿐이죠.

우리는 개념의 본질 대신 국회의사당 같은 '건물'이나 투표라는 '규칙' 등 겉모습에만 집중하며, 정작 그 알맹이가 무엇인지는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3. [통찰 2] 기관총보다 강력한 것은 '아우라'다 (권력과 집행의 역설)

트랄디는 영화 <스탈린의 죽음(The Death of Stalin)>을 예로 들어 정치의 묘한 속성을 끄집어냅니다. 영화 속 정치인들은 거대한 기관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는 문을 지나며 서로를 제거할 음모를 꾸밉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왜 총을 든 군인이 직접 권력을 잡지 않고, 총 한 자루 없는 정치인들의 명령을 기다릴까요?

"왜 커다란 기관총이 ‘아우라(aura)’보다 덜 중요할까요? 권력이 단순히 물리적인 강압이라면 당연히 총을 든 자가 지배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정치는 요즘 애들 말로 ‘아우라’라고 부르는, 그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작동하곤 합니다."

이것은 정치가 단순히 물리적인 힘(Force)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나 특유의 권위에서 나온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심지어 독재 사회에서도 '총구'보다는 그 총구를 움직이게 만드는 '정치적 아우라'가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4. [통찰 3] '회사 정치'가 항상 최악인 이유 (부정적 비유로서의 정치)

'사내 정치'나 '학계 정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분은 없을 겁니다. 트랄디는 정치가 고유의 영역을 벗어나 비유적으로 쓰일 때, 왜 항상 부정적인 맥락을 띠는지 분석합니다.

부정적 비유: 누군가 "정치적으로 변했다"라고 할 때, 그것은 대개 사회적 조작이나 권력 찬탈, 이기적인 계산을 의미합니다.

갈등의 학문: 트랄디는 정치를 본질적으로 '갈등(Conflict)'에 관한 활동으로 봅니다. 사람들이 서로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조작하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정치적'이라고 느끼며, 그 과정이 정서적으로 불쾌하기 때문에 정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5. [통찰 4] 카드 게임은 왜 정치가 될 수 없는가? (범위의 문제)

만약 정치가 단순히 '집단 내의 갈등'이라면, 친구들과 피자를 먹을지 초밥을 먹을지 다투는 것도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트랄디는 최근 친구들과 '차이니즈 포커(Chinese Poker)' 게임을 했던 일화를 들려줍니다. 그는 15년 만에 게임을 했음에도 5승 무패(5 and 0)를 기록하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이 게임 과정에도 팀원 간의 갈등과 의사결정이 있었지만, 우리는 이것을 '정치'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정치를 정의하는 두 가지 까다로운 기준이 등장합니다.

과잉 포함(Over-inclusion): 모든 소규모 갈등(카드 게임, 점심 메뉴 결정)을 정치라고 하면, '정치'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미달 포함(Under-inclusion): 반대로 정치를 '국가 기관의 활동'으로만 좁게 정의하면, 국가 형성 이전의 정치적 행위나 시민들의 중요한 활동들을 설명할 수 없게 됩니다.

'집단(The Group)'의 요소: 트랄디는 정치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을 넘어, 어떤 공동체나 집단적인 차원의 성격이 반드시 내포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6. [통찰 5] 정치에도 '도수'가 있다 (정치적 정도의 차이)

트랄디는 정치를 '맞다/아니다'의 이분법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Degrees)'로 접근하자고 제안합니다.

정치적 농도: 상원에서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결의안을 내는 것과 선전포고를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정치적일까요? 둘 다 정치 기관에서 일어나지만, 그 '정치적 농도'는 분명 다릅니다.

비트겐슈타인의 가족 유사성: 명확한 한 문장의 정의가 없어도 우리는 정치가 무엇인지 대략 압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가족 유사성'처럼, 공유하는 특징들이 느슨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죠. 트랄디는 개념이 '정도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면, 완벽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은 스트레스를 덜 받아도 된다고 조언합니다.

7. [통찰 6] AI overlord가 다스리는 세상에는 정치가 사라질까?

모든 의사결정을 초지능 AI가 내리는 '기술 관료주의(Technocracy)' 사회가 온다면 정치는 소멸할까요? 여기서 정치의 본질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이 충돌합니다.

기술적 시각(Technocratic view): 정치를 단순히 정보 부족으로 인한 자원 배분의 문제(수학 문제)로 본다면, AI가 정답을 내놓는 순간 정치는 끝납니다.

인간적 시각(Human view): 하지만 정치가 단순한 효율성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 그리고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belonging part)'의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AI가 아무리 효율적인 정답을 제시해도, 인간은 여전히 "누구의 가치를 따를 것인가"를 두고 정치적 갈등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8. 결론: 정치는 결코 깔끔하게 정의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다

정치를 단 한 줄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늘 미완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올리버 트랄디와의 대화가 남긴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이것입니다. 무엇이 정치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선 긋는 행위, 즉 정치를 정의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지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행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는 권력, 갈등, 질서라는 세 기둥 사이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습니다. 만약 내일 당장 인간 사이의 모든 갈등이 마법처럼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여전히 '정치'라는 활동이 남아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대답이 바로 여러분이 믿고 있는 정치의 진짜 얼굴일 것입니다.

Source: Rebecca Lowe, Working Definition episode 5: Politics, with Oliver Traldi, the ends don't justify the means, Nov 13,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