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S ORIGINAL · 원문 작성 · ARCHIVE 224468511173

우리가 몰랐던 음모론의 심리학: 뇌가 거짓에 속아넘어가는 7가지 의외의 진실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글자
날짜판으로
원문 수록 이미지
원문 AI 제작 표시 보존

음모론의 시대, 우리는 왜 이에 끌리는가?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부터 감염병 팬데믹을 둘러싼 가짜 뉴스,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는 음모론의 거센 물결 속에 서 있는 듯 보입니다. 백신 거부 운동이나 극단적인 음모론적 폭동을 목격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모론에 빠진 이들을 단순히 '이성을 잃은 광기'나 몰상식한 집단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지과학과 사회심리학, 정치학 분야 연구자들의 진단은 다릅니다. 음모론은 단순한 정신적 이상징후가 아닙니다. 이는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뇌가 세상을 인식할 때 사용하는 깊은 인지 메커니즘과 심리적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거짓 주장에 해킹당하고 패턴을 조작해 내는지, 역사와 정치가 음모론과 어떻게 결합해 왔는지를 7가지 핵심 통찰을 통해 심층 분석합니다.

1. 미국 독립선언서도 사실은 음모론이었다

우리가 숭상하는 역사적 과업조차 그 출발점에는 음모론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건국 과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독립 전쟁 직전, 식민지 혁명가들은 영국 의회가 차(tea) 세금이나 문서 및 인출에 부과하던 인지세(stamps)를 단순한 조세 정책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사악한 음모의 시작점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실제로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이들은 영국 국왕의 "수많은 남용과 탈취의 기록"을 근거로, 영국 왕실이 식민지에 "절대적 폭정(absolute Tyranny)"을 확립하려는 비밀스러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독립선언서 문서 자체가 하나의 문맥상 작성된 음모론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배후에서 악의를 품고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 낸시 로젠블룸 (Nancy Rosenblum, 하버드대 정치이론가)

이처럼 음모론은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최근의 변종이 아닙니다. 정치가 시작된 이래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집단의 분노를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음모론은 역사의 전면에서 늘 함께 작동해 왔습니다.

2. 지금이 음모론의 황금기라는 착각

대중매체와 미디어는 "오늘날이야말로 음모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황금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소셜 미디어가 음모론을 실시간으로 퍼뜨리는 광경을 보면 이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은 대중의 직관과 다릅니다.

마이애미 대학교의 조셉 우스친스키(Joseph Uscinski) 교수와 조셉 패런트(Joseph Parent) 교수는 189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20년간 <뉴욕타임스(NYT)>에 게재된 독자 편지 10만 건 이상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이 중 비밀 세력이 권력을 도둑질하거나 진실을 매장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음모론적 편지 875건을 선별해 시기별 추이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시간에 따른 음모론 비율은 특정 정치적 위기(1950년대 초 매카시즘과 공포 정치 등)에 따라 일시적 솟구침을 보였을 뿐, 전반적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거나 일정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현대에 들어 음모론이 폭발적으로 폭증했다는 증거는 통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음모론의 황금기'는 데이터가 아닌 통념이 만들어낸 착각에 가깝습니다.

3. 음모론은 정치적 권력을 잃은 이들의 방어기제다

음모론은 좌파나 우파 중 어느 한쪽 스펙트럼에만 독점되지 않습니다. 우스친스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음모론적 사고는 정치 진영 전체에 걸쳐 분포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이 집권할 때 기업과 보수 세력의 음모를 더 강하게 의심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집권할 때 공산주의자와 리버럴 세력의 음모를 더 의심합니다.

핵심은 "현재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가"입니다. 우스친스키와 패런트 교수는 저서에서 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합니다.

"음모론은 패배자들을 위한 것이다 (Conspiracy Theories Are for Losers)"

권력을 잃었거나 부족한 이들은 자신의 패배를 정당화하고, 분노를 결집하며,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로 음모론을 채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 최고 권력자이면서도 자신을 '딥 스테이트(Deep State)'와 기득권 시스템의 피해자로 규정하며 음모론을 통치 수단으로 활용한 특이 사례였습니다.

한편, 케임브리지 대학교 산더 판 데르 린덴(Sander van der Linden) 교수 연구팀이 5,000명 이상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양극단 모두 음모론에 끌리지만 보수층이 리버럴층에 비해 음모론적 사고 경향이 약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보수적 심리가 불확실성과 위협을 관리하고 내집단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기전에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4. 근거조차 생략된 '이론 없는 음모론'의 위험성

과거의 음모론과 현대의 음모론 사이에는 치명적인 질적 변화가 존재합니다. 과거 존 F. 케네디(JFK) 대통령 암살 음모론자들은 총알의 궤적을 분석하려 했고, 9/11 음모론자들은 제트 연료가 타는 온도 데이터에 집착하는 등 나름의 '정교한 이론과 근거'를 구축하려 애썼습니다.

반면, 현대의 음모론은 최소한의 논리적 근거조차 생략한 채 오직 단호한 주장과 무분별한 반복에만 의존합니다.

"오늘날 진행되는 음모론적 사고는 매우 다르고 참신하며 위험한 형태를 띱니다. 우리가 토론하고 협상하며 모순을 조정하는 정치적 기반 자체를 흔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작동 불능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가치 없는 것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 낸시 로젠블룸 & 러셀 뮤어헤드 (A Lot of People Are Saying 저자)

근거 없이 무한 반복되는 음모론은 정치적 상대방과 언론, 공공 기관의 정통성을 완전히 해체하며, 사회적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민주적 토대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5. 반복해서 들으면 진실이 되는 뇌의 인지 숏컷

인간의 뇌는 복잡한 세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인지 숏컷(Cognitive shortcuts)'을 활용합니다. 음모론은 바로 이 생물학적 숏컷을 간교하게 해킹합니다.

1) 착각적 진실 효과 (Illusory Truth Effect)

하버드대의 나디아 브라시어(Nadia Brashier) 박사와 듀크대 엘리자베스 마시(Elizabeth Marsh)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내용의 진위와 상관없이 단순히 정보에 여러 번 노출되어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뇌는 이를 '진실'로 판단합니다. 처음에 거짓임을 알았던 정보라 할지라도 반복 접촉을 거치면 뇌의 익숙함이 진실성 판정을 뒤바꿔 놓습니다.

2) 패턴 인식 능력의 과부하와 인지적 편향

영국 켄트 대학교 카렌 더글라스(Karen Douglas)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무작위 동전 던지기 결과나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의 추상화처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임의의 정보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사람일수록 음모론을 더 잘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뇌의 강력한 인지적 편향인 "거대한 사건에는 반드시 거대한 원인이 존재해야 한다(Major event has a major cause heuristic)"는 기전이 개입합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이라는 거대한 비극이 한 명의 단독 범행이라는 소박한 인과관계로 설명될 때 뇌는 이를 거부합니다. 그 결과, 뇌는 거대한 사건의 규모에 어울리는 정부, KGB, 마피아 등의 거대한 비밀 음모 서사를 요구하게 됩니다.

6. 불안을 해소하려다 무력감에 빠지는 심리적 역설

사람들은 팬데믹이나 사회적 위기처럼 불안과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때 세상에 대한 통제감과 안전을 되찾기 위해 음모론에 끌립니다. 그러나 심리학적 실증 연구는 충격적인 역설을 보여줍니다. 내면의 통제감을 찾기 위해 선택한 음모론이 역설적으로 개인의 시민적 주체성과 자발적 행동력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심리적 독(Poison)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카렌 더글라스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음모론을 읽고 접한 피험자들은 불안이 해소되기는커녕 심각한 무력감에 빠졌으며 다음과 같은 실질적 행동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정치적 참여 저하: "세상은 어차피 거대 세력이 다 결정한다"는 허무주의에 빠져 투표율이 감소함.

공중보건 거부: 자녀에 대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비율이 증가함.

친환경 행동 감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발적 노력을 포기함.

반사회적 행동 증가: 타인도 음모를 꾸민다고 느끼면서 소소한 범죄 의도나 편견이 증가함.

불안을 달래려 들이킨 음모론이라는 약이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발적 주체성을 파괴하고 무력감에 갇히게 만드는 비극적 역설을 낳는 셈입니다.

7. 음모론 반박(Debunking)보다 시급한 인지 백신(Pre-bunking)

이미 음모론에 깊이 빠진 사람을 사후 팩트체크(Debunking)나 논리적 반박으로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설득하려는 반박 논리조차 "거대 음모의 일부"나 "공작"으로 흡수시켜 기존 신념을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산더 판 데르 린덴(Sander van der Linden) 교수는 의학적 백신 개념을 도입한 '인지 백신(Pre-bunking)'을 유일하게 효과적인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음모론에 관한 한, 치료보다는 예방이 훨씬 낫습니다." — 산더 판 데르 린덴 (Sander van der Linden, 케임브리지대 사회심리학자)

심리적 항체 형성 프로젝트와 실증 연구

게임을 통한 인지 항체 형성: 연구진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 Bad News나 Covid-19 정보 조작에 맞춘 Go Viral! 플레이어는 가짜 뉴스 제작자가 되어 정보 조작 기법을 직접 체험합니다. 약화된 형태의 조작 기술을 경험함으로써 현실에서 음모론을 접했을 때 이를 즉시 파악하는 심리적 항체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특히 Go Viral! 게임은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되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UN)이 정보 오염에 맞서는 공식 리소스로 승인하고 공유했습니다. 실증 연구 결과, 게임 경험 후 가짜 뉴스 식별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그 효과는 3개월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정확성 환기 프롬프트(Accuracy Nudge): 리지나 대학교 고든 페니쿡(Gordon Pennycook) 교수는 85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헤드라인을 공유하기 전, '중성자별 발견'이나 '<사인펠드>의 넷플릭스 공개'와 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헤드라인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단 30초짜리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단지 '정확성'이라는 개념을 뇌에 환기시킨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의 가짜 뉴스 식별 및 분별력이 약 3배나 높아졌습니다. (트위터의 '리트윗 전 기사 읽기' 프롬프트가 이 원리를 응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결론: 음모론이라는 인간 조건과 앞으로의 질문

음모론은 로마 제국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으며, 인간의 인지 구조와 본성이 유지되는 한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인간의 조건'입니다. 불확실한 세상을 인과관계로 설명해 내려는 뇌의 간절한 욕망이 존재하는 한, 음모론의 유혹은 끊임없이 재발할 것입니다.

Source: Greg Miller, The Enduring Allure of Conspiracies, Knowable Magazine, Annual Review, Jan 14,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