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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 정책의 역사: 우리가 국채와 적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4가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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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국가 부채와 연일 이어지는 의회의 예산안 대립 소식은 이제 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재정 정책과 적자 논쟁의 이면에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역사적 전제 위에 구축된 깊은 오해와 착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 정책은 전통적인 '단기 균형 재정'의 원칙에서 출발하여 적자 지출을 구조화한 현대적 시스템으로 급격히 변화해 왔습니다. 왜 현대 예산 프로세스는 지속 가능한 재정 관리에 실패하고 만성적인 국채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을까요? 미국 재정 정책의 역사가 말해주는 4가지 핵심 진실을 통해 그 구조적 원인을 짚어봅니다.

1. 건국 아버지들의 부채 공포에서 케인스주의의 등장까지

미국 건국 초기,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을 비롯한 건국 아버지들은 국가 부채가 누적되는 상황을 극도로 두려워했습니다. 제임스 매디슨은 《연방주의자 논집 제10호(Federalist Paper #10)》에서 공공 부채의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공공 부채는 공공의 저주다." (Public Debt is a Public curse.)

알렉산더 해밀턴이 신생 국가의 기틀을 잡기 위해 연방 공공 부채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승리하긴 했으나, 당시 발생한 전쟁 비용, 루이지애나 매입 자금, 세수 부족 등으로 인한 부채는 발생 직후 신속하게 상환되었습니다. 경기 순환과 관계없이 짧은 기간 내에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재정의 대전제였습니다.

이러한 고전적 재정 관념은 1936년 유명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에 의해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케인스는 기존의 '고전파' 이론을 거부하고,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세수가 급감하자,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총수요를 자극하고 고용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2. 착각을 불러일으킨 '쉬운 재정의 시대 (Era of Easy Finance)'의 환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 및 198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경제학자 유진 스튜얼리(Eugene Steuerle)와 엘리엇 브라운리(Elliot Brownlee)가 명명한 '쉬운 재정의 시대(Era of Easy Finance)'를 경험했습니다. 이 시기는 정치권에 재정 운용에 대한 거대한 착각과 착시 현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이 시대가 가능했던 구조적 원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의회가 '영구적인 세금 인상'과 '일시적인 국방비 지출'을 결합한 입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군사 지출이 줄어들자, 영구적으로 올려둔 세수 기반이 지출을 자연스럽게 압도하며 강력한 재정적 여유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실질 경제가 3% 성장할 때 수입은 그보다 높거나 같은 비율로 자동 증가했습니다. 초기에는 소득세가 물가상승률에 연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이 저절로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이동하며 세수가 불어났습니다. 반면 당시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재량 지출은 의회가 새 법안을 통과시켜야만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정치인들은 장기적인 구조적 적자를 걱정하지 않고도 세금을 깎아주거나 새로운 선심성 지출 프로그램을 마음껏 신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풍요 속에서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습니다. "나는 이제 경제학에 있어 케인스주의자다." 실제로 전후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낮았던 시점은 닉슨 선언 직후인 1974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거치며 국방비 지출 감소폭이 바닥에 도달했고, 의회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동 세수 증대를 막기 위해 소득세의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쉬운 재정의 시대'는 공식적으로 종식을 고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전후 특수 환경이 만들어낸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3. 정치가 만들어낸 두 가지 치명적 변화: 의무 지출 폭증과 "산타" 감세 정국

'쉬운 재정의 시대'가 막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권은 과거의 착각에 빠진 채 재정적 유연성을 전면 파괴하고 현대의 구조적 적자를 유발한 두 가지 결정적인 입법적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첫 번째 변화: 영구적으로 폭증하는 의무 지출의 법제화: 의회는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와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등 의무 지출 프로그램이 국가 소득 및 세수 성장률보다 영원히 빠르게 증가하도록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지출의 기반 자체가 매년 커질 뿐만 아니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메디케어 약품 혜택 신설이나 오바마 행정부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처럼 영구적인 혜택 확장이 법제화되면서 갚아야 할 빚은 복리로 불어났습니다.

두 번째 변화: 공화당의 '산타클로스' 감세 정치: 공화당은 1950년대의 재정 환상을 아예 다른 방식으로 악용했습니다. 세출 절감 없는 대규모 감세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심을 쓰는 '산타클로스' 역할을 자처한 것입니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대통령의 뒤를 이은 모든 현대 공화당 행정부의 주도적 예산 정책이 되었습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이러한 재정 무책임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면으로 옹호했습니다.

"레이건은 적자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이것은 우리의 정당한 몫이다." (Reagan proved deficits don't matter. We won the midterms. This is our due.)

Eugine Steuerle, A Short History Of Modern American Fiscal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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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ine Steuerle, A Short History Of Modern American Fiscal Policy

Eugine Steuerle, A Short History Of Modern American Fiscal Policy

4. 과거의 공식에 갇힌 재정 비둘기파와 문화 전쟁으로의 도피

공화당이 '산타 감세'로 재정을 위협했다면, 민주당 중심의 '재정 비둘기파(fiscal doves)'는 고질적인 구조적 적자를 외면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등 기존 입법으로 인해 이미 영구적·복리적으로 폭증하고 있던 거대한 의무 지출의 위험성을 무시했습니다. 장기적인 재정 균형을 회복하려는 대책 없이 단기적 경기 자극 논리만을 1950년대 방식으로 재탕한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교묘한 회계 편법을 동원했습니다. 예산 중립성을 맞춘다는 이른바 'PAYGO(pay-as-you-go)' 원칙을 내세우면서, 인기 있는 지출이나 감세 조치는 '일시적 혜택(giveaways)'으로 만들고, 이를 메우기 위한 지출 감축이나 증세 조치는 '영구적 대책(takeaways)'으로 법안에 포장했습니다. 다음 의회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불인기한 '영구적 대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포기할 것임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당장의 눈속임 적자를 채택한 것입니다.

자동으로 세수가 지출을 메워주던 시대가 끝났음에도 현실을 외면한 결과, 21세기 들어 대침체(Great Recession)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재원 대책이 없는 미증유의 적자 지출이 폭발했습니다.

정부의 지갑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재정 관리 실패를 가리기 위해 대중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실질적인 재정 개혁안을 내놓는 대신, 비난할 대상을 찾아 편을 가르는 '문화 전쟁(cultural warfare)'에 몰두하며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 및 시사점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국가 부채, 사회보장제도, 메디케어의 재정 위기는 이미 소멸한 과거의 재정 공식에 의존하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정치적 무책임의 결과물입니다. 경제 성장이 세수를 저절로 불려주어 지출을 메워주던 '쉬운 재정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체성 정치와 '문화 전쟁'이라는 정치적 쇼로 대중의 눈을 가리는 동안에도, 구조적 적자라는 재정 시한폭탄의 바늘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유권자와 정치인들은 이미 지나간 역사적 착각에서 깨어나 실질적인 재정 책임감을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정쟁의 수렁 속에서 다가오는 재정 파국을 방치할 것인가?

Source: Eugine Steuerle, A Short History Of Modern American Fiscal Policy, Government We Deserve, Oct 30,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