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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늘 실패하는 정책을 반복할까? 인류학이 밝혀낸 공공정책의 5가지 반전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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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왜 거창하게 발표된 정부 정책과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는 늘 커다란 격차가 존재할까?"

매일 밤 뉴스 속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발표되는 정부 정책을 보며 한 번쯤 던져보았을 질문입니다. 분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원대한 명분으로 시작된 정책임에도, 막상 현장에 적용되면 의도와 전혀 다르게 작동하거나 무용지물로 전락하곤 합니다. 정책 연구자들과 시민들은 이 거대한 갭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곤 하지요.

흔히 '인류학'이라고 하면 오지 마을의 원시 부족이나 사라져가는 전통 풍습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도 국가법률대학의 소니 펠리세리(Sony Pellissery) 교수가 지적하듯, 현대 인류학은 오지 연구의 틀을 벗어나 '정부와 정책의 내막'을 정밀하게 해부하는 가장 강력한 비판적 도구로 진화했습니다.

단순히 법률 문서에 적힌 조항이 아니라,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과 그 이면에 숨겨진 권력 관계를 들여다볼 때 비로소 정책의 '진짜 얼굴'이 드러납니다. 공공정책의 실패와 성공 뒤에 숨겨진 5가지 핵심 반전과 통찰을 인류학의 안목으로 파헤쳐 봅니다.

2. 본문

1) 정책의 진짜 모습은 '문서'가 아니라 '실제 행위'에 있다

우리는 흔히 정책을 평가할 때 법률이나 공식 문서에 적힌 당위, 즉 '정책이 마땅히 어떠해야 하는가(what it should be)'에 집중합니다. 서구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Rawls)식 접근처럼, 올바른 제도와 규칙만 바로잡으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이를 충실히 따를 것(compliance)이라고 신봉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만성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은 결코 규범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Sen) 교수가 강조했듯, 제도적 이상을 전제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actual behavior)"에 관찰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인류학은 문서상 명분 뒤에 숨겨진 비공식적 문화 규칙과 권력 관계를 추적하여,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무엇을 수행하고 있는지(what it does)'를 폭로합니다.

"정책은 문화적 텍스트이자, 다양한 의미를 지닌 분류 장치이자, 현재를 정당화하거나 비판하는 서사이자, 누군가에게 권력을 부여하고 누군가를 침묵시키는 수사적 장치이자 담론적 형성물로 연구된다." (Shore and Wright 1996: 7)

문서 속 정제된 언어는 때로 기득권의 통치 구조를 정당화하는 수식어일 뿐입니다. 진짜 정책의 본질은 그 제도가 현장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규정하고 누구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지 파악할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냅니다.

2) '약자'만 연구하던 인류학, 엘리트와 관료 조직을 해부하다 ('Study-up' 혁명)

과거 인류학이 식민지 피식민자나 가난한 시골 마을 등 권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를 탐구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1960년대 로라 네이더(Laura Nader) 교수의 'Study-up' 제안은 학문의 지형을 뒤흔들었습니다. 인류학자들이 가난의 문화 대신 '부와 권력의 문화'를, 피식민자 대신 '식민 권력자'와 관료제, 엘리트층, 다국적 기업, 언론 제국을 해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국가의 개발 독재와 정책 수립 과정을 폭로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쿠퍼와 패커드(Cooper & Packard 1997)가 지적했듯, 인류학은 국가 주도의 '개발'이라는 근대적 관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의심해 왔습니다.

특히 제임스 C. 스코트(James C. Scott 1998)의 저작 《국가처럼 보기(Seeing Like a State)》의 정신을 이어받은 인류학적 연구들은, 공공정책이 어떻게 현지 주민들의 다채로운 열망과 삶의 방식을 철저히 배제한 채 국가 자체의 통치 가치와 일방적 시선만을 반영해 왔는지 명확히 입증해 냈습니다.

3) 수식과 모델이 놓치는 것 — '상상 속 시장'과 기술관료의 한계

국가 정책을 설계하는 엘리트 계획가들(Sukhomoy Chakravarti, Yoginder Alagh 등)은 계량경제학적 수식과 대형 모델을 활용해 국가 대형 프로젝트를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사회인류학자 안달(Aandahl 2010)은 구자라트의 사르다르 사로바르(Sardar Sarovar) 대형 수력발전 프로젝트 등을 비판하며, 이러한 분석이 인간 삶의 복잡성과 사회적 자극에 완전히 무감각하고 불통인 '기술관료(technocrats)'의 오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적 정책 접근은 흔히 시장을 '효율적 자원 배분 장치'로 전제하지만, 이는 정책 설계서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시장(imagined market)'일 뿐입니다. 인류학자 바버라 해리스화이트(Harriss-White)의 연구가 보여주듯, 복잡한 사회적 계층과 관계망 속에서 작동하는 '실제 존재 시장(actually existing markets)'은 수식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펠리세리 등의 꿀 가격 결정에 관한 연구(Pellissery et al. 2012)를 보면, 정부 규제에 대한 현지 주민들과 거래자들의 주관적 해석과 비공식적 대응이 시장 통합을 직접적으로 차단하고 왜곡시켰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치와 모델만 믿고 현장의 관계적 맥락을 무시하는 공공정책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명쾌한 단증입니다.

4) 개발 사업의 실패 원인은 '정책'이 아니라 '관계 유지' 때문이다

국제기구나 정부의 대규모 개발 및 빈곤 퇴치 사업은 왜 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패할까요? 데이비드 모스(David Mosse) 교수의 반성적 인류학(Reflexive Anthropology) 연구는 공공정책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습니다.

인도 서부 빌(Bhil) 부족 지역에서 10년간 영국 정부의 원조 프로젝트 현장 컨설턴트로 직접 참여한 모스는 현장에서 실행되는 사업들이 표면적인 '정책 목표'나 '수혜자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폭로했습니다. Project 현장을 실제 움직이는 진짜 동인은 조직 내부의 긴박한 현안, 그리고 사업 관계자들(관료, 원조 기구, 현지 활동가) 간의 '인간관계와 지위의 유지'였습니다.

"개발 개입 그 자체는 정책에 의해 주도되기보다는 조직의 긴박한 필요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욕구에 의해 주도된다." (Mosse 2006: 939)

공식 보고서상으로는 완벽하게 성공한 사업으로 포장되지만 주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이유, 그것은 정책의 성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조직 내부의 관계망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조작되고 정당화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5) 인류학자의 새로운 무기 — 예산서와 법률의 정밀 해부

그동안 인류학자들은 숫자로 가득한 '재정 예산안'이나 복잡한 법률 조항을 전문 기술관료들의 전유물로 여겨 다루기를 주저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책의 실질적인 성패와 자원의 배분 구조는 바로 이 세부적인 예산 수치와 법적 조항이라는 디테일 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습니다.

기술관료들이 구축한 복잡한 재정 재무제표와 법적 조항들은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공공정책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대화적 기능(dialogical function)'을 마비시킵니다. 기술관료적 언어가 정책을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격리시키고 민주적 통제로부터 도피시키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여 현대 인류학자들은 예산안과 법안이라는 전문 영역에 직접 침투하고 있습니다. 재정·법률 전문가들이 독점해 온 전제들을 뒤흔듦으로써 마비되었던 policy 공론장의 '대화적 기능'을 복원해 내는 것이지요. 나아가 현장 조사에 기반한 '옹호 인류학(Advocacy Anthropology)'은 파델과 다스(Padel & Das 2010)의 연구처럼, 자원 수탈과 강제 이주 위기에 처한 부족민들의 피해 상황을 정밀하게 입증하여 산림권리법이나 토지수용법 제정 과정에서 이들의 실질적 권리를 지켜내는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3. 결론

공공정책이란 무엇이어야 할까요?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삶은 뒤돌아볼 때만 이해될 수 있지만, 앞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 통찰은 정책과 법의 결정적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과거의 판례와 선례를 조회하며 뒤를 돌아보는 '법'과 달리, 다니엘 브롬리(Bromley 2006)가 강조했듯 공공정책은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미래지향적 비전'이어야 합니다.

인류학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화려한 정책 문서라는 가면을 벗겨냅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작동하는 실제 사람들의 행동, 기술관료적 모델의 오만, 관료 조직의 내부 셈법, 그리고 은밀한 권력 관계를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기술관료들이 말하는 '행정적 집행 착오'라는 핑계 뒤에 얼마나 거대한 문화적·권력적 맥락이 숨어있는지 폭로하는 것입니다.

오늘 밤 뉴스에서 보게 될 정부의 화려한 정책 발표 뒤에는 과연 어떤 권력 지형과 조직적 셈법이 숨어있을까요? 문서에 적힌 미사여구 대신, 그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무엇을 수행할지' 유심히 들여다볼 때입니다.

Source: Sony Pellissery, Anthropology's Contributions to Public Policy, : Introduction to Special Issue, Indian Anthropologist, January - June 2014, Vol. 44, No.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