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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120년 치 신문 기사를 읽어낸 결과: 역사의 대격변을 미리 알아채는 새로운 방법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1. 역사적 대전환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가?
우리는 왜 커다란 사회적·정치적 위기가 완전히 폭발하고 나서야 비로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게 될까요?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제도적 변화'나 사회 체제의 향방이 갈리는 '중대 결의의 순간(Critical Junctures)'은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실시간으로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기존의 사회과학 연구와 정책 분석은 대개가 사후적으로 일어난 결과를 복기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체제의 바닥에서 불확실성이 서서히 고조되는 전조 단계를 실시간으로 알아채는 데 명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근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연구진(Michael Callen, Gregory Levy, Saipremnath Muthukumaran, Jonathan Weigel, Noam Yuchtman)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혁신적인 연구(Callen et al. 2026)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영국의 대표적 역사적 매체인 Times of London의 120년 치 기사를 AI로 분석하여, 한 국가의 핵심 제도가 흔들리는 불확실성의 정도를 측정하는 '중대 결의 지수(Critical Juncture index)'를 개발했습니다.
AI 기술과 120년의 언론 아카이브가 만나 어떻게 역사의 대격변을 미리 포착해낼 수 있었는지, 그 데이터 기반의 핵심 인사이트를 살피어 봅니다.
2. 주요 인사이트
2-1 AI, 120년 치 신문 기사에서 '제도적 불확실성'의 언어를 읽어내다
연구진은 1800년부터 2019년에 이르는 Times of London의 전체 디지털 아카이브 중, 1900년부터 2019년까지 120년 동안 발행된 수백만 건의 기사 데이터에 주목했습니다.
핵심은 AI를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모델을 처음부터 새로 학습(Fine-tuning)시키는 대신, 다양한 역사적 위기 사례를 담은 '최적화된 분류 프롬프트(Optimised Classification Prompt)'를 설계해 LLM에 주입했습니다. 단순 키워드 검색은 '정치'나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만 찾아낼 뿐, 맥락 속에서 "국가 원수의 법적 권한 제약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와 같은 핵심 제도의 미래 불확실성을 판별하지 못합니다. 반면 LLM은 기사 속 담론이 제도적 불확실성을 가리키는지 정교하게 해석해 냈습니다.
이 AI 분류 모델은 30개 역사적 사건으로 구성된 벤치마크 데이터셋에서 사람 라벨러와 85.6% 일치했으며, 약 2,000건의 기사로 확장한 샘플에서도 69.7%의 높은 일치율을 기록했습니다.
연구진은 Times of London의 취재 밀도가 가장 높았던 영국, 미국, 프랑스, 인도 4개국을 대상으로 기사 중 제도적 불확실성을 담은 비율을 측정했습니다. 특히 유의미한 이상 징후를 선별하기 위해 지난 3년간의 이동평균 예측값 대비 가장 큰 양의 편차를 보인 상위 15개 연도를 '중대 결의 이벤트 연도'로 추출하는 임계값 산출법을 도입했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 AI 분류기가 아직 "첫 번째 시도(First attempt)" 단계이며, 단일 영국 매체에 의존함에 따라 영국 엘리트층의 시각이 반영되는 역사적 편향이 존재할 수 있다는 학술적 한계도 명확히 밝혔습니다.
2-2 '성공한 변화'만 보면 틀린다—사라진 '아슬아슬한 위기'까지 포착하다
역사학자와 정치학자들은 그동안 실제 제도가 바뀐 시점만을 사후적으로 추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접근법에는 치명적인 '결과 편향(Outcome bias)'이 존재합니다.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나 간발의 차로 현상이 유지된 '아슬아슬한 위기(Near misses)'의 순간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슬아슬한 위기를 함께 분석하지 않으면, 제도적 변화를 이끄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오판할 위험이 큽니다.
새롭게 개발된 Critical Juncture 지수는 결과와 상관없이 "제도가 바뀔 가능성과 불확실성 그 자체"를 측정합니다. 따라서 제도 변경의 최종 성패와 무관하게, 사회 전반에 제도적 불확실성이 팽배했던 순간들을 편향 없이 실시간으로 포착해 낼 수 있습니다.
2-3 지정학적 리스크 지수가 놓친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이상 징후를 잡았다
이 지수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은 기존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 지수(EPU)'나 '지정학적 리스크 지수(GPR)'가 놓치던 '서서히 쌓이는 위기'를 포착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상황입니다. 기존 지정학적 리스크 지수(GPR)는 1914년 페르디난드 대공 암살 사건이 터진 직후에야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Critical Juncture 지수는 암살 사건이 일어나기 수년 전부터 이미 언론 담론 속에서 고조되고 있던 체제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긴장감을 미리 포착하여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 지수는 1960년대 중반 이후,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PR 지수가 평탄하게 유지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장기적 추세 이탈(Divergence)을 보였습니다. 2019년 영국의 제도적 불확실성 지표는 2차 세계대전 초기였던 1940년대 초반 수준만큼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2008년 이후의 지수 상승에 최근 언론의 보도 스타일 변화가 일부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3년 이동평균 기준을 크게 뛰어넘는 급격한 지수 스파이크들은 단순한 미디어의 변화가 아닌 실제 구조적 불확실성의 증폭을 입증한다고 설명합니다.

Institutional uncertainty (Critical Juncture index) versus geopolitical risk, UK, 1900–2019
Institutional uncertainty (Critical Juncture index) versus geopolitical risk, UK, 1900–2019
"단일 충격 사건이 터져야 뒤늦게 치솟는 기존 리스크 지수와 달리, LLM 기반 지수는 수년에 걸쳐 언론 담론 속에 축적되는 '제도적 취약성'을 실시간 조기 경보 신호로 포착해 낸다."
2-4 민주주의의 대격변과 경제 성장선의 변곡점은 모두 '이 순간'에 터졌다
그렇다면 이 지수가 포착한 불확실성의 순간들은 실제 역사적 변곡점과 얼마나 일치할까요? 연구진은 분석 대상인 4개국(영국, 미국, 프랑스, 인도)의 민주주의 및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검증했습니다.
우선 민주주의 수준을 측정하는 V-Dem 폴리아키(polyarchy) 지표와 비교한 결과, 높은 불확실성의 순간이 모두 제도 변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4개국 민주주의 체제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주요 대격변은 Critical Juncture 지수가 치솟았던 이벤트 연도에 집중되었습니다. 즉, 불확실성이 반드시 변화를 강제하진 않지만, 체제의 대변혁은 예외 없이 이 지수가 경고등을 켠 순간에 발생했습니다.

V-Dem polyarchy scores for India, the UK, the US, and France, with critical juncture event years (dashed)
V-Dem polyarchy scores for India, the UK, the US, and France, with critical juncture event years (dashed)
장기 경제 성장 궤적(1인당 Log GDP)에서도 동일한 일치성이 확인됩니다. 1947년 인도의 독립 순간,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와 미국의 장기 성장선이 유의미하게 꺾이고 재편된 시점은 AI 지수가 지목한 핵심 불확실성 연도들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Log GDP per capita for India, the UK, the US, and France, with critical juncture event years (dashed vertical lines), 1900–2020
Log GDP per capita for India, the UK, the US, and France, with critical juncture event years (dashed vertical lines), 1900–2020
2-5 대중의 '제도에 대한 믿음'이 국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
제도적 불확실성은 수치상의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대중의 행태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입니다.
연구진이 인용한 아프가니스탄의 모바일 급여 지급 개혁 연구(Blumenstock et al.)에 따르면, 주민들의 행동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국가 제도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정부가 무너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가 높은 지역일수록, 대중이 모바일 급여 시스템이라는 국가 건설 개혁안을 수용하고 채택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중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불확실하게 여길수록 국가 정책의 집행력은 급격히 약화됩니다.
오늘날 세계는 기후 위기의 가속화,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 글로벌 권력 지형의 이동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 요소들은 단 하나의 명확한 이벤트로 터지지 않고 서서히 체제 불확실성을 축적시킵니다. Critical Juncture 지수는 이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제도적 취약성을 미리 알아채는 '조기 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3. 결론 및 시사점: 미래의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120년 치 신문 기사와 최첨단 AI 기술의 결합은 사회 과학자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제공합니다. 결과를 확인한 뒤 사후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사건이 전개되는 바로 그 순간에 제도적 불확실성을 측정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급격한 기술 변화와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현대 사회 역시, 눈에 보이는 명확한 단일 위기가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체제의 바닥에서는 불확실성이 서서히 쌓여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대격변의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눈앞에 즉각적인 비극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거대한 제도적 변화의 경고음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Note) LARGEST CJ SPIKES– UNITED KINGDOM

Source: Michael Callen et al., Detecting institutional change as it unfolds: Evidence from 120 years of reporting, VoxEU Column, Oct 13,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