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S ORIGINAL · 원문 작성 · ARCHIVE 224443579394
기업이 사후 서비스(A/S)를 독점하는 진짜 이유: 경제학이 밝혀낸 4가지 반직관적 진실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1. '제품 판매' 이후에 숨겨진 경제학의 비밀
"왜 독점 기업들은 수리 부품을 외부에 팔지 않고 A/S 시장을 직접 통제하려 할까?" "왜 관세를 낮춰 국경을 허물었는데도 수입품의 최종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것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이 같은 의문들은 단순히 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나 유통 과정의 단순 부조리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산업조직론과 통상정책의 경제학적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보면, 그 뒤에는 생산 후 서비스(배송, 유지보수, 수리, 마케팅, 판매 등)를 둘러싼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품 생산 이후 제공되는 A/S 및 관련 서비스를 기업이 직접 수행할지, 라이벌 기업에 아웃소싱할지, 혹은 제3자에게 개방할지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은 단순한 경영적 판단을 넘어 소비자 후생과 사회적 부의 분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본 글에서는 최신 경제학 이론 논문(Morita et al., 2025)의 집대성을 바탕으로, 우리가 'A/S 독점'과 '무역 자유화'에 대해 갖고 있던 상식을 뒤엎는 4가지 핵심 반직관적 진실을 명확한 논리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2. 생산 후 서비스 경제학의 4가지 반직관적 핵심 통찰
핵심 통찰 1: 수리 시장 독점은 기업의 '시간 불일치(Time Inconsistency)'를 해결하는 비밀무기다
내구재(자동차, 가전, 정밀기계 등)를 생산하는 독점 기업은 제품을 '판매'할 때 심각한 내적 갈등에 직면합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시간 불일치 문제(Time Inconsistency Problem)라고 부릅니다(Bulow, 1982). 1기에 제품을 판매한 독점 기업이 2기에 추가로 신제품 생산량을 늘리면, 시장 내 전체 제품 수가 증가하면서 중고품의 가치가 하락합니다. 문제는 중고품을 소유한 주체가 소비자인 만큼, 기업은 중고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자신의 손실로 직접 체감(내부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기업은 2기에 과도하게 신제품을 생산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며, 합리적인 소비자는 이를 미리 예측하여 1기에 신제품을 살 때 선뜻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총이윤은 하락하게 됩니다.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리스(Lease)' 방식으로 전환하면 이 문제는 명쾌하게 해소됩니다. 중고품의 소유권이 기업 자신에게 있으므로, 2기 생산을 늘려 중고 가치가 떨어지는 손실을 스스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스스로 2기 생산을 억제하여 제품의 가치를 유지시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 제약으로 제품을 리스할 수 없고 오직 '판매'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Morita and Waldman (2004)은 기업이 자사 제품의 수리/유지보수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리스 방식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중고품이 제 기능을 유지하려면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수적인데, 기업이 필수 부품 공급을 통제하여 유지보수 시장을 독점하면 중고품이 창출하는 이익을 독점적으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즉, 소비자가 법률상 소유자일지라도, 기업이 중고품의 '사실상 소유자(de facto owner)'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고품은 유지보수 없이 품질이 0이 되므로, 유지보수의 독점적 공급자인 기업이 중고품의 '사실상의' 소유자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유지보수 시장 독점은 리스 방식과 마찬가지로 시간 불일치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기업의 이윤 증대는 총생산량(1기와 2기의 합)을 전략적으로 줄임으로써 달성됩니다. 결과적으로 내구재 독점 기업의 수리 시장 독점은 완전 경쟁적인 수리 시장이 존재할 때에 비해 전체 생산량을 감소시켜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와 총잉여(Total Surplus)를 모두 감소시킵니다. 따라서 독점적 내구재 생산자의 A/S 시장 독점은 사회적 후생을 저해하는 반경쟁적 행위로서 독점금지 당국의 엄격한 감시 대상이 됩니다.
핵심 통찰 2: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수리 독점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앞선 분석과 달리, 신제품 시장 자체에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1992년 미국 대법원은 Eastman Kodak Company v. Image Technical Services, Inc. et al. 판결에서, Kodak이 복사기 및 마이크로그래픽 기기의 신제품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더라도, 필수 스페어 파츠 미판매를 통해 A/S 시장을 독점한 행위는 독점금지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Morita and Waldman (2010)은 신제품 시장이 경쟁적이더라도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 타사 브랜드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적응·숙련 비용)가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하면 완전히 다른 정책적 시사점이 도출됨을 증명했습니다.
A/S 시장이 완전 경쟁적일 때: 소비자는 전환 비용 때문에 기존 브랜드에 묶이게 되며, 기업은 2기 교체용 신제품 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높게 설정합니다(P2 = c + Delta). 이때 수리 가격이 경쟁적으로 한계비용 수준에서 형성되면(Pm = m), 소비자는 수리비가 신제품 생산 비용보다 더 높게 드는 상황(m > c)에서도 비효율적으로 중고품을 계속 수리해서 쓰는 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합니다.
A/S 시장을 기업이 독점할 때: 기업은 신제품 교체 가격과 수리 가격을 연동하여 전략적으로 설정합니다. 즉, 수리비가 신제품 생산 비용을 넘지 않을 때만 수리를 받게 하고, 이를 초과하면 신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여 교체와 수리 간의 가격 왜곡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미시경제학적 연결고리는 신제품 시장의 완전 경쟁 구조에 있습니다. 1기 신제품 시장이 경쟁적이기 때문에, 기업이 전략적 가격 설정으로 거두는 전체 이윤은 0이 됩니다(pi = 0). 따라서 A/S 독점을 통해 수리 및 교체 과정의 비효율성(m > c)을 제거함으로써 발생한 모든 비용 절감분과 효율성 개선 혜택은 100% 소비자의 소비자 잉여 극대화로 귀속됩니다.
"耐久財 생산 기업이 자사 제품의 유지보수 시장을 독점하면 유지보수/재구매에 관한 왜곡을 회피할 수 있어, 소비자 여용이 오히려 증가한다."
결국 신제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없는 기업이 자사 A/S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소비자를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효율적 수리 남용을 막아 소비자 잉여와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합니다.
핵심 통찰 3: 서비스 자유화 없는 관세 인하는 오히려 물가를 올릴 수 있다
국제 무역에서도 생산 후 서비스는 통상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입니다.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때 마케팅, 물류, 판매 등 '구매 전(Pre-purchase)' 서비스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Ishikawa, Morita, and Mukunoki (2010)의 국제 복점 모델에 따르면, 외국 수출 기업이 현지 서비스 직접투자(FDI)에 대한 높은 고정비용(K)이나 규제 장벽 때문에 직접 서비스 거점을 구축하지 못하고, 현지 라이벌 기업에게 서비스 제공을 아웃소싱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외국 기업은 현지 기업에 판매량에 비례하는 단위당 로열티(r)를 지불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정부가 상품 관세(t)를 낮추는 무역 자유화를 단행하면 역설적인 결과가 발생합니다.
관세가 인하되면 외국 기업의 수출 여력이 커지므로, 서비스 아웃소싱을 통해 창출되는 전략적 이점(렌트)이 대폭 확대됩니다.
현지 라이벌 기업은 이 렌트를 흡수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게 요구하는 단위당 로열티(r)를 전격 인상합니다.
로열티 인상은 외국 제품의 실질 한계비용을 높여, 결과적으로 시장의 최종 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합니다.
즉, 상품 관세만 인하하고 서비스 FDI 규제를 방치하면, 현지 기업이 로열티를 통해 무역 자유화의 혜택을 독식하면서 국내 소비자는 가격 상승으로 손실을 입고 세계 총후생이 악화되는 기형적 결과가 초래됩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억제하는 핵심 기제는 서비스 분야의 FDI 자유화(투자 장벽 완화, K )입니다. 서비스 FDI 고정비용이 낮아지면, 외국 기업이 직접 서비스 거점을 차릴 수 있는 강력한 외부 기회(Threat Point)를 갖게 됩니다. 설령 실제로 직접투자를 감행하지 않더라도, 이 협상력 강화 효과만으로도 현지 라이벌 기업의 로열티 인상 압박을 억제하여 무역 자유화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핵심 통찰 4: 국내 라이벌 기업이 내 제품을 수리해주면 내 매출이 오히려 떨어진다
제품 판매 이후 제공되는 '구매 후(Post-purchase)' 수리 서비스에서도 심각한 통상 정책의 역설이 발견됩니다.
수입 내구재가 고장 났을 때, 외국 수출 기업이 현지 A/S 네트워크(FDI)를 갖추지 못했다면 소비자는 수리를 포기하거나 새 제품을 사야 합니다. 이때 현지 라이벌 기업이 자사의 수리 시설을 활용해 수입품을 '자발적으로' 유상 수리해 주기 시작했다고 가정해 봅시다(Ishikawa, Morita, and Mukunoki, 2016).
이 상황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효과를 통해 시장을 왜곡시킵니다.
반경쟁 효과 (Anti-competitive effect): 현지 라이벌 기업은 수입품 수리 서비스로 부수 수입을 올리게 되므로, 자사 제품 판매를 무리하게 늘려 수입품 수요와 수리 수입을 훼손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자사 제품 공급을 전략적으로 줄여 시장 전체 가격을 올리게 되고, 소비자는 피해를 봅니다.
시장 축소 효과 (Market-contraction effect): 수리 서비스가 없을 때는 소비자들이 고장에 대비해 수입품을 자주 새로 구매하는 '예방적 재구매(Pre-cautionary purchase)' 성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지 라이벌이 수리를 제공하면 예방적 재구매가 사라져, 외국 수출 기업의 신제품 매출과 이윤이 오히려 감소합니다.
평가 향상 효과 (Valuation effect)의 독점적 흡수: 수리가 가능해지면 수입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 가치(Valuation)가 상승합니다. 그러나 현지 라이벌 기업이 수리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독점적 수리 가격 설정을 통해 이 가치 상승분을 전부 자사의 이윤으로 흡수해 버립니다.
결국 관세만 낮추고 서비스 투자(FDI) 자유화가 뒤따르지 않아 현지 라이벌 기업이 수리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수출 기업의 이윤과 현지 소비자의 후생이 동시에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외국 기업이 직접 A/S 거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서비스 FDI를 자유화할 때 비로소 수출 기업은 평가 향상 효과를 직접 누리고 반경쟁 효과가 소멸되어, 무역 자유화가 양국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로 전환됩니다.
3. 결론: 무역 정책과 독점 금지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
살펴본 4가지 경제학적 통찰은 현대 산업조직론과 통상정책 수립에 있어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정책적 함의를 제공합니다.
A/S 독점 규제의 정교화: 기업의 자사 제품 수리 시장 독통 행위를 단칼에 불법으로 규제하는 일차원적 접근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신제품 시장이 경쟁적이라면, 스위칭 코스트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A/S 독점이 오히려 비효율적 수리 남용을 차단하고 소비자 잉여를 극대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무역 자유화의 필요성: 상품 관세만 인하하는 '절반의 무역 자유화'는 현지 라이벌 기업의 로열티 추출이나 반경쟁적 수리 시장 점유로 이어져 최종 가격 상승과 소비자 손실을 초래합니다. 무역 협정 시 물품 관세 인하와 함께 서비스 분야의 투자 자유화(FDI)가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무역 자유화의 실질적 혜택을 소비자가 누릴 수 있습니다.
기업이 부품 공급을 통제하고 A/S를 독점하는 현상, 그리고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 정책의 뒷면에는 미묘하고 정교한 미시경제적 유인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소비자들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와 국가 간 '무역 자유화'라는 담론 속에 숨겨진 경제학적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과연 우리 시장과 소비자에게 진정으로 유리한 정책적 해법이 무엇인지 보다 다각적이고 깊이 있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Source: 森田穂高 외, 生産後サービスの経済分析, 経済研究 Vol.76 No.1 Apr.2025, J-STAGE早期公開:2025 年 4 月 11日 er.ar.034325 DOI: 10.60328/keizaikenkyu.er.ar.034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