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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코딩보다 중요한 단 하나의 능력: '불균형'을 다루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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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 시대의 불안과 진짜 필요한 역량

"지금이라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나 코딩을 배워야 할까?"

인공지능(AI) 기술이 급변하는 오늘날, 수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매일같이 던지는 보편적인 고민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AI 툴이 등장하고 기존 기술이 빠르게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스킬을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깊은 불안을 느낍니다.

하지만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말로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 자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바로 '다음에 어떤 기술을 배워야 할지 알아내는 능력' 그 자체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어도어 슐츠(Theodore Schultz)는 이미 1975년 발표한 논문 *"The Value of the Ability to Deal with Disequilibria에서 이러한 경제적 변혁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는 이를 '불균형을 다루는 능력(Ability to deal with disequilibria)'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의 방식이 효율성을 잃을 때,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는 불균형을 포착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조명한 것입니다.

2. 포인트 1: 기술보다 오래가는 능력, '배분 능력(Allocative Ability)'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적 자본(Human Capital)은 단순한 작업 숙련도가 아닙니다. 경제적 상황의 변화를 신속히 인지하고, 이를 정확하게 해석하며, 자신의 제한된 자원인 시간과 노력을 어디에 재배치할지 결정하는 '배분 능력(Allocative Ability)'이야말로 진짜 실력입니다.

기존의 경제학적 전통에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Hayek)는 가격 기구가 분산된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집중했고, 아르멘 알치안(Alchian)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적응하고 생존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면 슐츠는 이러한 신호를 수신하는 '개인'의 능력 차이에 주목했습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환경 변화의 신호를 더 빨리 알아채고 적절하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자신의 자원이 사용되는 방식을 바꿀 시점을 일찍 포착하고, 새로운 기회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파악하여 시간과 노력을 재배치하는 사람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는다."

특정 기술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자원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할 줄 아는 사람은 살아남습니다. 특정 스킬 자체는 수명이 다할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자신의 인적 자원을 재배치하는 배분 능력은 기술의 흥망성쇠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3. 포인트 2: '어제의 자격증'은 '오늘의 역량'을 증명하지 못한다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기존의 신호 기제, 즉 전통적인 학위, 자격증, 배지(Credential) 등의 신뢰도는 빠르게 하락합니다. 과거의 자격이 오늘의 노동 시장이 요구하는 실질적 역량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슐츠가 지적했듯, 타인의 능력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결국 그 사람이 보여주는 '실제 성과에서 도출된 추론'에 바탕을 둡니다. 따라서 명목상의 자격증보다는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시도가 가치 있는 순간을 얼마나 잘 포착하는지와 같은 '실증적 적응력'이 핵심 요소로 떠오릅니다.

AI 환경에서 이는 단순한 새 툴의 기능을 외우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수행하는 작업의 조합을 새롭게 바꾸거나, AI와 상호보완적인 인간만의 독자적 역량을 개발하는 것, 혹은 대중적으로 떠도는 새로운 기술을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결단력까지 포함하는 것이 바로 실증적 능력의 본질입니다.

4. 포인트 3: 스타트업 없이도 가능한 기업가 정신: '스킬 엔터프레너'

조셉 슘페터(Schumpeter)의 기업가는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발전적 불균형'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존재입니다. 이에 반해 슐츠가 제시한 기업가 개념은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적응하는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포함합니다.

법·기술 학자인 케빈 프레이저(Kevin Frazier)는 슐츠의 이론을 현대 노동 시장에 적용하며,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인적 자본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재배치하는 개인들을 '스킬 엔터프레너(Skill Entrepreneur)'라는 유용한 개념으로 정립했습니다. AI 시대에는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하지 않더라도, 환경 변화에 맞춰 자신의 역량 자산과 시간을 능동적으로 재배치하는 모든 일반인과 직장인이 바로 스킬 엔터프레너입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초안을 직접 작성하는 대신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감독하고 검토하는 역할로 전환하는 것, 프로그래머가 코드 작성 자체보다 명세 작성과 평가에 집중하는 것, 학생이 4년제 학위 이수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행위 등은 모두 수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원을 재배치하는 모험적이고 '기업가적인 행위'입니다.

"새롭고 더 나은 생산 가능성을 다루는 능력에 대한 수요는 기술의 변화와 함께 달라진다."

5. 포인트 4: 예측 대신 '적응 비용'을 낮춰라

정부나 교육기관이 5년, 10년 뒤의 '미래 직업'을 함부로 예측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접근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불확실한 기술 변화 속에서 무엇이 유망할지 중앙에서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개인이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 비용'을 낮춰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 3가지 제도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피드백 개선: 노동 시장 결과 및 노동 가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어떤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지, 교육 프로그램의 이수율과 실제 소득 수준은 어떠한지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정부나 대학이 미래에 필요한 스킬의 정답을 미리 정해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의 신호를 개인에게 신속히 전달하여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험 비용 절감: 4년제 단일 학위 방식 탈피, 스택형 자격증(Stackable Credentials), 자가 학습 및 소규모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크고 돌이키기 힘든 4년 단위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단위로 단계를 쌓아갈 수 있는 스택형 자격증, 도제식 교육, 기업 기반 훈련 등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나아가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습자가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포착하고, 이를 명확히 정의하며, 해결 방법을 스스로 익히는 능력'인 배분 능력 그 자체를 함양하도록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제도적 장벽 제거: 직업 라이선스 규제 완화, 주거 비용 부담 완화, 이직을 방해하는 고용 연계 혜택 개선

새로운 분야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과도한 직업 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하고, 주거 부담이나 특정 기업에 매여 있는 고용 혜택 등 이직과 재배치를 방해하는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정확하게 움직이고 적절히 자원을 재배치하는 능력 자체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6. 변화하는 미래를 향한 질문

불균형(Disequilibrium)은 정책적으로 제거해야 할 일시적인 결함이 아니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 경제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특징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개인의 적응력이 단순한 타고난 성향이나 운이 아니라, 의식적인 훈련과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인적 자본' 그 자체라는 사실입니다.

특정 기술의 가치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불균형을 포착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을 재배치하는 능력의 가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관점의 전환입니다.

"AI 시대, 당신은 사라질지 모를 기술을 습득하는 데 집착하고 있나요, 아니면 변화를 읽고 자신을 재배치할 '불균형 대응 능력'을 키우고 있나요?"

Source: Kevin Frazier, The Value of the Ability to Deal with Disequilibria by Theodore Schultz, Truth on the Market, Oct 13,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