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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성취를 만드는 남성들의 '집착': 진화심리학이 말하는 천재성의 비밀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일상에서 우리는 어떤 분야에 미친 듯이 파고드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일상의 다른 모든 것을 전폐한 채 한 가지 대상에만 광적으로 몰입하는 성향은 왜 유독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자주 관찰되는 걸까요? 그리고 이러한 극단적인 집착 성향은 어떻게 개인의 뛰어난 성취를 넘어 인류 전체를 위한 거대한 진보로 이어지게 되었을까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샬럿 캠퍼스의 사회학 명예교수인 로즈마리 호프크로프트(Rosemary Hopcroft)는 어린 시절 자신의 오빠와 나누었던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두 사람은 학업 성적도 비슷하고 안경을 썼으며 외모도 닮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오빠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일상의 다른 모든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정도로 극도로 강렬하고 집착적인 몰입을 보였습니다. 반면 호프크로프트 자신은 '정상적인' 삶을 살며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남성들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는 극단적 집착 성향의 진화론적 배경을 살펴보고, 이러한 광기 어린 몰입이 개인적 대가를 넘어 어떻게 위대한 인류적 성취를 만들어내는지 분석해 봅니다.
<광기 어린 집착과 비범한 성취가 만든 4가지 반전>
1. 사전 전체를 외워버린 스크래블 챔피언: 단순 지능(IQ)을 뛰어넘는 몰입의 힘
남성의 집착적 몰입이 극단적 성취로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는 단어 맞추기 게임인 '스크래블(Scrabble)' 세계 대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크래블은 수많은 여성이 즐기며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영역이지만, 정작 세계 최정상급 경쟁 무대는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크래블 플레이어로 꼽히는 뉴질랜드 출신의 나이젤 리처즈(Nigel Richards)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2007년, 2011년, 2013년, 2018년, 2019년 세계 챔피언에 올랐으며, 방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스크래블 대회인 '킹스컵'에서 무려 15회나 우승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전 준비 과정에서 단어를 외워 2015년과 2018년 프랑스어 세계 대회, 2024년 스페인어 세계 대회를 석권했다는 점입니다.
그가 이 불가능해 보이는 성취를 이룬 비결은 바로 해당 언어의 사전 전체를 통째로 암기한 것이었습니다. 대다수 사람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문과도 같은 일이지만, 그에게는 극단적 집착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남녀의 평균 지능 지수(IQ)는 비슷하거나 남성이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남성의 IQ 분포는 분산(Variance)이 훨씬 큽니다. 생물학자 E.O. 윌슨(E.O. Wilson)의 표현을 빌리면 남성 집단에는 "더 많은 천재와 더 많은 바보"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학문이나 기술 영역에서 최고봉에 오르는 결정적 차이는 단순히 높은 IQ 수치 그 자체라기보다, 비범한 지능과 결합하여 특정 영역에 모든 것을 걸고 쏟아붓는 '광적인 집착과 몰입'에서 발생합니다.
2. 침대에서도 미적분, 6주 만에 더치어 강의: 집착이 치르는 혹독한 대가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남긴 천재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지독한 집착과 함께 그에 따른 혹독한 개인적 대가(사회적 비용)가 동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설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의 전처는 지역 신문에 이혼 소식을 알리며 남편의 기이한 집착 성향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습니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전을 할 때도, 거실에 앉아 있을 때도, 밤에 침대에 누워 있을 때도 하루 종일 미적분 문제를 풀었습니다."
또한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는 네덜란드어로 물리학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네덜란드어를 전혀 못 함에도 6주(한 달 반) 동안 방에 갇혀 문법책을 통째로 외운 뒤 완벽에 가까운 네덜란드어로 강의를 해냈습니다.
이처럼 한 분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이들은 개인적 삶에서 큰 비용을 치릅니다. 파인만처럼 이혼을 겪기도 하고, 이공계 특성화 대학(Technical schools) 등에서 흔히 목격되듯 개인위생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타인에게 거부감을 주기도 합니다. 극단적 집착은 일상의 균형과 사회적 관계를 희생시킨 대가인 셈입니다.
3. 왜 유독 남성에게 '집착적 성향'이 더 많이 선택되었는가? (진화론적 원인)
사이먼 바론 코엔(Simon Baron Cohen)은 그의 저서 《The Essential Difference》에서 자폐 스펙트럼 성향의 아동들에게서 집착적 행동이 흔히 나타나며, 이들의 비율이 남성에게서 훨씬 높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영화 《레인맨》에서 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자폐증 형제가 비행기 추락 통계를 외워 오직 '콴타스(Qantas)' 항공사만 고집하거나, 교회의 한 남성 직원이 주차장 허가 차량의 번호판을 모두 외워 부정 주차나 그릇된 주차 공간을 즉시 적발해 낸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이러한 집착적 성향이 여성에게서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호프크로프트 교수의 누이(Sister)는 화가로서 콘서트장, 미술관,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항상 그림을 그리는 강렬한 집착을 보입니다. 핵심은 이러한 성향이 여성에게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여성에게서 '덜' 흔하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진화 과정에서 왜 남성에게 이러한 집착적 성향이 더 강하게 선택되었을까요? 진화론적 관점에서 탁월한 성취는 여성보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과 배우자 선택(Mating)에 훨씬 더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호프크로프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서 소득이 높은 남성은 결혼할 확률이 높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이러한 소득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어려운 과제에 집착적으로 몰두하여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 남성일수록 더 많은 번식적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인류의 진화 역사 속에서 이러한 집착 성향이 남성에게 더 강하게 선택되고 유전되어 온 것입니다.
4. 개인적 과시인가, 인류를 구한 진보인가? (공공적 이익의 창출)
사실 스크래블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6주 만에 네덜란드어로 물리학 강의를 하는 것 자체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줄 뿐, 사회 전체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집착 성향이 '과학'과 같은 고도의 인지적 영역과 결합할 때, 인류 전체의 삶을 바꾸는 거대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파인만과 오펜하이머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들이 밤낮으로 미적분을 풀거나 네덜란드어를 단기간에 외웠기 때문이 아니라, 과학에 남긴 불멸의 기여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에 참여하였고, 이는 오늘날 인류 전체가 혜택을 누리는 원자력 발전의 길을 열었습니다. 개인의 지위 향상이나 단순한 몰입을 넘어선 광기 어린 집착이, 결과적으로 인류 전체에게 엄청난 공공적 이익(Public Benefits)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결론: 세상을 바꾼 '집착하는 이들'을 향한 지혜로운 시선
남성들에게서 더 자주 발견되는 집착적 몰입 성향은 이혼이나 개인위생 소홀, 사회적 고립이라는 혹독한 개인적 비용을 치르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들이 치른 고독한 대가와 집착이 있었기에 인류는 과학과 학문 등 고도의 인지적 영역에서 거대한 도약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대부분의 집착이 개인적 성취에 그칠지라도, 높은 지능과 결합된 남성들의 극단적 몰입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공공재를 창출해 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진보된 문명의 이면에는 이처럼 일상의 모든 것을 배제하고 한곳에 광적으로 빠져들었던 천재들의 유산이 숨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인류 전체를 위한 공공적 이익을 만들어낸 이 집착적인 이들에 대해 호프크로프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단언합니다. "이들은 우리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They deserve our gratitude)."
인류의 위대한 도약 뒤에 숨겨진 이 광기 어린 집착을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Source: Rosemary Hopcroft, In Praise of Obsessive Men Scrabble, calculus and the nuclear bomb, Aporia, Sep 28,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