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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의 은밀한 몰락: 의회가 스스로 예산 규칙을 파괴한 4가지 충격적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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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운 재정 방어막, 스스로 무너뜨린 의회

치솟는 국가 부채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는 오늘날 미국 정치를 상징하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매년 7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연방 예산이 제대로 된 심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집행되면서, 미국의 재정 적자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정 위기는 결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50년 전인 1974년, 미국 의회는 무분별한 적자를 막고 체계적인 예산 통제를 위해 '의회예산 및 압류통제법'을 제정하며 스스로 강력한 법적 방어막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정치권은 선심성 공약과 당파적 이익을 위해 이 방어막들을 하나씩 철저하게 무력화해 왔습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만든 법적 무기들이 어떻게 오히려 국가 재정을 파먹는 주범으로 전락했는지, 의회가 스스로 예산 규칙을 파괴한 4가지 충격적 반전을 통해 그 실태를 파헤쳐 봅니다.

1. 적자 감축 무기에서 국채 폭탄으로: 변질된 '예산 조정 절차'

오늘날 워싱턴 정가를 보면 예산 규칙이 어떻게 무력화되었는지 명확히 드러납니다. 현재 공화당이 추진 중인 '예산 조정 절차(Reconciliation) 3.0'은 2025년 감세안(1.0)과 국경 통제 및 국외 추방 예산 확대(2.0)에 이어, 약속했던 지출 삭감 상쇄안(Spending offsets)도 없이 또다시 재정 적자를 대대적으로 늘리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본래 '예산 조정 절차'는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우회하여 51표의 과반수만으로 빠르게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1974년에 도입된 특단의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2001년 공화당이 감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 절차를 악용한 이후, 예산 조정 절차는 완전히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적자를 늘리는 도구로 변질되었습니다.

이후 백악관과 의회 다수당은 정규 입법 절차를 거치면 필리버스터에 막힐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연례 '면죄부 카드'로 이 제도를 오용해 왔습니다. 2001년 이후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통과된 감세 및 의무 지출 확대 법안은 무려 12.8조 달러의 적자를 추가로 발생시켰으며, 이에 따른 이자 비용만 3조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미국 대중 보유 부채인 31조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2001년 이후 예산 조정 절차는 백악관과 의회 다수당이 정규 입법 절차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통과할 수 없는 당파적이고 예산을 파괴하는 조치들을 통과시키기 위한 연례 '면죄부 카드'로 변질되었습니다." — 제시카 리들 (Jessica Riedl), <의회는 어떻게 50년 재정 통제장치를 정적 속에 파괴했는가>

2. "10년마다 여는 인구조사도 긴급 상황?" 편법으로 전락한 '긴급 지출'

의회가 설정된 예산 한도를 빠져나가는 가장 유용한 우회로는 바로 '긴급 지출(Emergency Spending)' 조항입니다. 특정 지출에 '긴급'이라는 라벨만 붙이면 예산 제한 구역을 즉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긴급'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회가 집요하게 악용한 것입니다.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도미닉 레트(Dominik Lett)와 로미나 보치아(Romina Boccia)의 분석에 따르면, 1991년 이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긴급 지출 및 이로 인한 이자 비용은 총 15조 달러에 달합니다. 9·11 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같은 실제 비상상황도 있었지만, 이 제도는 곧 극심한 편법으로 오용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헌법에 명시되어 1790년부터 211년 동안 10년마다 예외 없이 실시해 온 2000년 인구조사(Census) 예산조차 의회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긴급 상황'으로 분류하여 예산 한도를 우회했습니다. 제도적 통제가 완전히 희화화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3. 법은 존재하나 집행은 '0건': PAYGO, 지출 한도, 그리고 정쟁의 인질이 된 부채한도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깎을 때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재원 확보 대책을 의무화한 'PAYGO(Pay-As-You-Go)' 법안은 위반 시 자동 지출 감축(Sequestration)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년 이상 의회는 10조 달러가 넘는 감세와 지출 확대를 단행하면서도, 표결을 통해 이 제재 조치를 단 한 번도 집행하지 않고 매번 유예시켰습니다.

다년간의 법정 지출 한도(Discretionary Spending Caps) 설정 역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2011년 예산통제법(BCA)과 2023년 재정책임법(FRA) 등 장기 지출 억제책이 마련되었으나, 국방비 증액을 원하는 공화당과 복지 지출 확대를 원하는 민주당의 타협 속에 '편법 이면 합의(Side deals)'가 횡행하며 당초 약속한 적자 감축 효과를 스스로 무력화했습니다.

정부 부채의 최종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할 부채한도(Debt Limit) 제도 역시 상실되었습니다. 과거 1985년부터 1997년 사이에는 주요 적자 개혁안 6건이 모두 부채한도 증액 법안에 부속되어 통과되는 등 재정 개혁의 유용한 도구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부채한도는 국가 부채를 줄이는 동력이 아니라, 야당이 정부를 압박하고 금융 시장을 흔들며 정쟁을 벌이는 위험한 인질극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4. 5,400페이지짜리 '크리스마스 종합 법안'과 실종된 연례 예산안

정상적인 연례 예산안 심의 절차는 지난 30년 동안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의회는 법정 예산 처리 마감일인 10월 1일을 30년 연속으로 지키지 못했으며, 임시방편인 계속결의안(Continuing Resolution, CR)으로 연명하다가 1995년 이후 무려 7차례의 정부 셧다운 사태를 유발했습니다.

정규 예산안 작성이 차질을 빚으면서, 의회는 연말 크리스마스 직전 셧다운 위협을 인질 삼아 최대 5,400페이지, 2.3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종합 지출 법안(Omnibus)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법안을 검토할 시간은 겨우 24~48시간만 주어지며, 수정안 제시조차 불가능한 찬반 투표를 강요받습니다.

한편, 대통령 예산안 역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없는 '성역 없는 삭감(Magic Asterisks)'을 남발하거나, 최소한의 정보만 담은 '스키니 버젯(Skinny Budget)'으로 제출되면서 의회에서 시작부터 외면받는 무의미한 문서로 전락했습니다.

5. 붕괴된 예산 프로세스, 그 대가는 누구의 몫인가

지난 50년간 적자를 막기 위해 설계되었던 예산 조정 절차, 긴급 지출 제한, PAYGO, 법정 지출 한도, 부채한도, 연례 예산 심의라는 핵심 법적·제도적 방어막들은 의회 스스로의 손에 의해 완벽하게 해체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가파른 재정 적자를 기록하는 비극적인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재정 정책 전문가 제시카 리들(Jessica Riedl)이 지적했듯, 예산 절차의 붕괴는 단순한 정치적 난장판에 그치지 않고 국가 재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게 만듭니다. 매년 7조 달러를 지출하면서도 최소한의 통제 장치조차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재정 위기를 불러올 뿐입니다.

규칙을 만들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입법부가 스스로 만든 규칙을 파괴하고 구멍을 뚫고 있는 지금, 과연 불어난 천문학적 국가 부채의 대가는 누구의 몫으로 남겨져야 하는가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의 예산 제도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미국의 Twin 인가?

Source: Jessica Riedl, How Congress Quietly Eviscerated 50 Years of Deficit Constraints, Jul 23,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