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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블코인이 달러 패권을 구원할 수 있을까? 역사가 말해주는 5가지 경고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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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00억 달러의 디지털 달러, 과연 미 통화 패권의 구원투수인가?

2020년 초 50억 달러 미만에 불과했던 스태블코인 유통량이 2026년 중반 약 3,000억 달러 규모로 폭발 성장했습니다. 국경을 넘어 24시간 실시간으로 정산되는 이 디지털 화폐의 급격한 확산은 전 세계 거시경제 정책 당국과 금융시장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현재 유통되는 스태블코인 시가총액의 약 98%가 달러에 연동(Dollar-denominated)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미 정책 입안자들은 스태블코인을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 달러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 국채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신시대의 구원투수로 열광적으로 환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 확장이 자동으로 달러의 영원한 패권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프린스턴 대학교의 캐롤린 A. 윌킨스(Carolyn A. Wilkins) 교수의 통찰이 지적하듯, 아무리 뛰어난 암호화 기술이라 할지라도 제도적 신뢰와 위기 관리 능력을 결코 대체할 수 없습니다. 스태블코인이 제공하는 네트워크 착시와 그 뒤에 숨겨진 치명적 위험 요인들을 금융사의 거울을 통해 정밀하게 파헤쳐 봅니다.

Stablecoins in circulation by market capit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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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blecoins in circulation by market capit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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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000억 달러의 착시 – 달러 연동 98%가 달러 패권을 자동 보장하지 않는 이유

스태블코인은 기존 복잡한 중개 은행망을 거치지 않고도 24시간 교차 국경 결제를 가능하게 만들며 달러의 영토를 디지털 영역으로 빠르게 넓히고 있습니다. 테더(USDT)와 서클(USDC) 등 주요 발행사들은 2026년 봄 기준 약 1,350억 달러 규모의 미 단기 국채(T-bills)를 보유하며, 웬만한 주요국 중앙은행에 맞먹는 단기 국채 시장의 거대 손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달러는 글로벌 장외 외환거래(OTC FX)의 약 90%에 개입하고 있으며, 전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에서의 비중이 2000년대 초반 70% 이상에서 다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과거 미 국채가 제공했던 안전자산 프리미엄, 즉 약 70bp(0.70%p)에 달했던 편의 수익률(Convenience yield) 역시 달러 지배력의 강력한 기둥이었습니다. 스태블코인 옹호자들은 이 새로운 디지털 수단이 달러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by curr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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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by curr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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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러 기반의 디지털 표면적(Perimeter)이 넓어진다고 해서 통화 패권이 저절로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법적 규제와 관할 구역을 가진 여러 국가로 달러 청구권이 확산될 때, 이들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정책적 부담과 시스템 불안정성 또한 비선형적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스태블코인이 달러의 도달 범위를 확장할 수는 있지만, 달러 지배력을 스스로 유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통화·재정 정책에 대한 신뢰, 깊고 유동성 있는 금융 시장, 법치주의, 그리고 위기 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스태블코인은 기초 자산이 되는 국가의 본질적인 통화·재정적 신뢰를 대신 만들어줄 수 없습니다. 기저의 신뢰가 흔들린다면 스태블코인은 달러 시스템을 구원하기는커녕 금융 불안정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 고성능 충격 전달 통로가 될 뿐입니다.

3. 민간 화폐의 역사가 증명하는 성패의 5가지 필수 조건

오늘날의 법화 담보형 스태블코인은 첨단 블록체인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경제학적 본질은 국가 통화를 1:1 등가(Par Value)로 교환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민간 발행 화폐(Private Money)'에 불과합니다. 화폐사를 돌아보면 민간 화폐 시스템은 시대와 기술을 불문하고 항상 동일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미국의 자유은행 시대(1837~1863년): 당시 민간 은행들이 발행한 지폐는 담보 자산의 질, 은행의 평판, 그리고 상환 장소와의 거리에 따라 가치가 할인되어 유통되었습니다. 1857년 공황 당시 담보로 쓰인 주정부 채권 가치가 폭락하자 지폐의 할인율은 극심해졌고, 지폐 한 장이 결코 온전한 '1달러'로 취급받지 못했습니다.

미국 국가은행법의 한계와 1907년 공황: 1863~1864년 국가은행법(National Banking Acts)은 지폐 담보를 미 국채로 통일하여 화폐의 균일성을 확보했으나, 계절적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통화의 유연성(Elasticity)'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1873년, 1893년, 1907년 연쇄적인 대공황을 막지 못했습니다. 특히 1907년 공황 당시 J.P. 모건을 비롯한 민간 금융가들이 주도한 임시방편적 구제금융은 한계를 드러냈고, 이는 결국 민간 자율에 위기 관리를 맡길 수 없다는 통찰로 이어져 1913년 연방준비제도(Fed)의 창설을 이끌어냈습니다.

영국의 유연한 제도적 대응(1797년 및 1844년 사례): 영국 영은(BoE)은 1797년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한 금 유출 당시 금 환매를 일시 정지했으나, 1821년 원래의 금 등가(Parity)로 완벽히 복귀했습니다. 비상시의 일시적 정지라 할지라도 최종 환매 약속에 대한 강력한 신뢰가 존재한다면 화폐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음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또한 1844년 은행특허법으로 발권력을 금에 엄격히 묶었음에도, 1847년, 1857년, 1866년 위기 때마다 정부는 발권 한도를 한시적으로 정지하여 영은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최종대부자 역할)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역사적 경험은 민간 화폐가 파손되지 않고 등가로 유통되기 위해 다음 5가지 핵심 조건이 반드시 완비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신뢰할 수 있는 환매성 (Credible Convertibility):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액면가 그대로 국가 통화로 즉시 교환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뢰.

투명하고 고품질의 준비자산 (High-quality and Transparent Backing): 즉시 현금화 가능하고 가치 변동성이 극도로 낮은 안전 자산의 투명한 보유.

균일한 규제 테두리 (Uniform Regulatory Perimeter): 관할 구역과 발행사를 아우르는 일관되고 엄격한 감독 체계.

등가 교환을 지원하는 청산·결제 체계 (Clearing and Settlement Arrangements): 가치 할인이나 지연 없이 원활한 정산을 지원하는 인프라.

위기 관리 및 손실 배분 장치 (Crisis Management and Loss Allocation): 시스템적 뱅크런 발생 시 유동성을 공급하고 손실을 명확히 배분할 제도적 안전망.

4. GENIUS 법안의 치명적 빈곳 – 평시의 정산일 뿐, 위기 시 '유동성 뱅크런' 대책은 없다

미국에서 논의되는 GENIUS 법안은 스태블코인에 대한 1:1 준비금 의무화, 준비자산 범위 제한, 공시 및 감독 강화, 파산 시 소지자의 청구권 명확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위기 시 발생하는 동시다발적 상환 요구(Correlated Redemptions)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는 치명적인 빈곳이 존재합니다.

GENIUS 법안이 허용하는 준비자산에는 미 단기 국채뿐만 아니라 상업은행 예금, 환매조건부채권(Repo/Reverse Repo), 적격 머니마켓펀드(MMF) 등이 포함됩니다. 평상시 이 자산들은 고품질 자산이지만, 시장 불안 시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각 자산의 현금화 속도가 다르고, 개별 거래상대방 리스크(Counterparty risk) 및 시장 유동성 리스크가 상이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개별 발행사가 100% 자산 백킹(Backing)을 갖추고 있더라도, 동시다발적 런이 발생하면 이 자산들을 시장에 충격 없이 즉시 현금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연준(Fed) 한정목적 결제계좌의 한계: 미 연준이 제안한 한정목적 결제계좌(Limited-purpose Payment Account)는 스태블코인 발행사의 중앙은행 결제망 접근성을 높여 평시의 정산 배관(Plumbing)을 개선합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Overdraft)이나 위기 시 비상 대출 권한(Discount Window)을 주지 않으므로, 결정적인 유동성 위기 순간에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영국 영은(BoE) 입체적 프레임워크와의 비교: 반면 영국의 영은 프레임워크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스템적 스태블코인에 대해 더욱 엄격한 준비자산 요건을 요구하는 동시에, 비상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위기 관리에 훨씬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자산 장부상 100% 담보가 확보되어 있다는 사실과, 전체 금융 시스템의 뱅크런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5. '선순환'이 '악순환'으로 – 국채 시장을 흔드는 스태블코인 런(Run)의 충격

평상시 스태블코인 시장의 성장은 국채 시장과 달러 시스템에 유익한 선순환(Virtuous Circle)을 창출합니다. 스태블코인 발행량이 늘어나면 미 단기 국채(T-bills) 매수가 확대되고, 이는 국채 금리를 소폭 안정시키며 달러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재차 강화합니다.

그러나 시장에 신뢰 위기나 충격이 찾아오면, 이 선순환 구조는 순식간에 폭력적인 악순환(Vicious Circle)으로 반전됩니다.

위기의 메커니즘은 매우 선명하게 진행됩니다. 먼저 특정 발행사나 Custodian(보관기관)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면서 스태블코인 런(Run)이 시작됩니다. 수많은 소지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현금화를 요구하면, 발행사들은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단기 국채와 Repo 자산을 시장에 강제 대량 매각(Fire-sale)해야 합니다.

여러 대형 발행사가 동시에 국채를 투매할 경우 단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증폭됩니다. 이는 국채 시장 전체의 자산 평가절하를 유발하고, 자산 가치 하락에 놀란 소지자들이 또 다시 상환에 나서는 2차 뱅크런의 비선형적(Nonlinear)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평상시 스태블코인 유입이 미 국채 금리를 소폭 낮춰주는 미미한 이점에 비해, 위기 시 비선형적으로 국채 시장과 금융 시스템 전체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부작용이 훨씬 더 거대하고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6. 파운드화 몰락의 기시감 – 네트워크 효과도 무너진 경제 기반을 구하지 못한다

1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 파운드화(Sterling)는 글로벌 무역과 금융을 지배하는 절대적 중심이었습니다. 영국의 상대적 경제력이 약화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광대한 제국 무역 네트워크와 '파운드화 영역(Sterling Area)'의 강력한 관성 및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파운드의 패권은 수십 년간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쟁 채무로 인한 영국의 재정 악화, 금본위제 유지를 둘러싼 통화 정책의 신뢰성 상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기 시 국제 유동성을 공급할 능력을 상실하자, 그토록 견고해 보이던 네트워크 효과도 파운드화의 몰락을 막지 못했습니다. 기저의 신뢰가 무너지자 통화 패권은 결국 미 달러화에게로 신속하게 이동했습니다.

역사는 오늘날 디지털 달러를 과신하는 미국에게 차가운 경고를 던집니다.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하여 제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한 국가들은 중국의 CIPS(십스)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기반의 Project mBridge 같은 대안적 결제망을 구출구로 삼아 통화 다극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하이에크(Hayek)가 일찍이 통화 경쟁론에서 지적했듯, 시장에서의 통화 경쟁은 기술적 편리함만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습니다. 스태블코인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효과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미국 자체의 재정·통화 정책 신뢰도, 법적 예측 가능성, 그리고 위기 시 최종대부자로서의 유동성 공급 능력이 흔들린다면 달러 지배력의 퇴보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7. Volume(규모)이 아닌 Trust(신뢰)의 문제

스태블코인은 달러의 유용성을 국경 너머 디지털 영토로 확장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금융 도구입니다. 그러나 스태블코인이라는 기술적 수단 자체가 달러에 대한 본질적인 근간과 신뢰를 창출해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목표는 단순히 스태블코인의 발행 규모(Volume)나 시장 덩치를 늘리는 데 집중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작동하는 환매권의 법적 보장, 국제적으로 일관된 감독 모니터링, 그리고 위기 발생 시 시스템적 뱅크런을 제어할 수 있는 정교하고 튼튼한 제도적 신뢰(Trust)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달러 패권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블록체인 위에 새겨진 기술적 코드일까요, 아니면 역사가 수세기 동안 검증해 온 국가 금융 시스템의 내실과 제도적 신뢰일까요?

Sources: Carolyn A. Wilkins, How Stablecoins Can Serve Dollar Dominance, Freedom Frequency, Sep 25, 2026

Carolyn A. Wilkins and Michael D. Bordo, Money and Power: Historical Lessons for Stablecoins and U.S. Dollar Dominance, NBER working paper 35768, Sep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