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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의 경제학: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증오하는 진짜 이유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마트 계산대에서 영수증을 받아 들 때의 당혹감은 이제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정서가 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4%를 가리킬 때도,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률의 중앙값(Median)은 5%를 상회하곤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단순한 '측정 지표'로 다룰 때, 일반 대중에게 그것은 '생존의 위협'이자 '시스템에 대한 분노'로 다가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스테파니 스탠체바(Stefanie Stantcheva) 교수의 최신 연구를 통해, 우리가 왜 이토록 물가 상승을 증오하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행동경제학적 진실을 파헤쳐 봅니다.
1. 구매력의 침식: "내 지갑만 얇아지고 있다"
대중이 인플레이션을 혐오하는 가장 직관적인 이유는 구매력의 상실입니다. 스탠체바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는 물가 상승 속도를 임금이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와의 비교입니다. 1990년대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의 연구 당시에는 응답자의 80%가 임금 조정에 '수년'이 걸리거나 '영원히 안 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1%가 임금 회복에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90년대보다는 낙관적이라 할 수 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의 대중이 '실질 임금의 경직성(Real-wage rigidity)'을 고통스럽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기업의 '결정권(Discretion)'에 대한 의구심에서 기인합니다. 사람들은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시장 경제의 원리 때문이 아니라, 고용주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의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는 '선택의 문제'로 인식합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2. 심리적 비대칭: "월급 인상은 내 덕, 물가 상승은 남 탓"
우리는 자신의 성과와 외부 환경을 해석할 때 뚜렷한 '비대칭적 귀인(Asymmetric attribution)' 현상을 보입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명목 임금이 올라도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임금 인상은 개인의 탁월한 업무 성과나 경력 발전의 결과로 돌리는 반면, 물가 상승은 순전히 외부의 악재나 시스템의 결함으로 치부합니다.
실제로 임금 인상 원인을 '인플레이션에 따른 조정'보다 '개인의 성과'로 보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내가 잘해서 얻은 보상이 물가라는 '외부의 도둑'에 의해 강제로 상쇄된다고 느끼기에, 인플레이션은 정당한 보상에 대한 '탈취'로 받아들여집니다.
3.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인지적 과부하
최근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응답자의 약 70%가 만연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손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이를 기업의 비겁한 기만행위로 간주합니다.
이 현상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소비자에게 '인지적 과부하(Cognitive load)'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트에서 장을 보는 행위는 즐거운 소비가 아니라, 줄어든 용량과 변질된 품질을 잡아내야 하는 피곤한 '탐정 놀이'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비용은 소비자 시스템 전반에 대한 피로도와 불신을 심화시킵니다.

4. 분노의 화살: 기업의 탐욕인가, 정부의 무능인가?
인플레이션은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에 따라 분노의 화살을 쏠 대상을 결정합니다.
지지 성향
주요 타겟 (Target)
주요 논리 (Logic)
민주당 지지자
기업 (Businesses)
기업의 탐욕 및 가격 폭리 (Price Gouging)
공화당 지지자
정부 (Government)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지출 및 정책 실패
이러한 정치적 렌즈는 경제적 실체를 정파적 무기로 변질시킵니다. 실제로 응답자의 약 73%가 인플레이션이 정치적 안정성을 저해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는 공동체의 통합된 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합니다.

5. 인플레이션의 정서적 비용: 스트레스와 불평등의 심화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의 양상은 소득 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립니다.
저소득층: 식료품과 임대료 등 '생존'을 위한 필수품 구매를 미루며 실존적인 공포와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고소득층: 고소득층의 약 37%는 투자 자산의 가치 하락(Investment losses)을 주요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각된 불평등(Perceived inequality)'입니다. 대중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고소득층의 소득이 자신들보다 훨씬 더 빨리 오를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록 이것이 거시경제적 팩트와 다를지라도, 대중이 느끼는 불공정함과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적 균열을 깊게 만듭니다.

INFLATION PSYCHOLOGICAL IMPACTS, SPLIT BY POLITICAL AFFILIATION
INFLATION PSYCHOLOGICAL IMPACTS, SPLIT BY POLITICAL AFFILIATION
결론: 숫자를 넘어 신뢰의 회복으로
스테파니 스탠체바 교수의 연구는 경제 정책이 단순히 '물가 상승률'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대중에게 구매력의 침식이자,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의 상쇄이며, 무엇보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숫자 중심의 거시 지표 관리에서 벗어나, 대중의 심리적 안정과 실질적인 구매력 보호라는 '인간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공식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주거비 부담이나 특정 계층의 물가 불평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만약 내일 당장 물가가 안정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잃어버린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과연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을까요? 경제는 결국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Source: Stefanie Stantcheva, Why Do We Dislike Inflation? Brookin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Spring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