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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정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할 수 있을까? : 마리아나 마추카토가 던지는 5가지 파격적 질문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1. 우리 주머니 속의 역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만나고, 몸이 아플 때면 상비약을 꺼내 먹습니다. 이 일상적인 행위 뒤에는 거대한 경제적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당신의 주머니 속 아이폰을 구동하는 터치스크린, GPS, 음성 인식 기술, 그리고 약장에 놓인 신약들의 기초 과학 연구비는 대부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충당되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만 해도 매년 약 400억 달러(약 53조 원)를 연구에 투입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기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소수의 민간 기업입니다. 우리는 세금으로 혁신을 지원하고도, 정작 그 결과물을 비싼 가격에 다시 구매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는 이것이 자본주의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우리가 경제 체제를 잘못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녀의 통찰을 통해 자본주의의 새로운 나침반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 첫 번째 통찰: 당신의 아이폰은 사실 '공공재'의 결과물이다
현대 혁신의 아이콘인 테크 기업들은 종종 정부를 혁신의 방해꾼으로 묘사하지만, 역사는 정반대의 사실을 말해줍니다. 인터넷, 나노 기술, 바이오테크 등 현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술은 공공의 대담하고 장기적인 ‘인내하는 자본’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추카토는 현재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위험은 공적화하고 보상은 사유화하는’ 기생적 구조에 빠져 있다고 경고합니다.
"위험은 공공이 부담하고, 보상은 다른 누군가가 가져간다(The public took the risk, somebody else took the reward)."
이 구조적 결함은 ‘지대(Rents)’와 ‘이윤(Profits)’의 혼동에서 비롯됩니다. 진정한 혁신을 통한 이윤이 아니라, 공공이 일궈놓은 인프라에 통행료를 매겨 얻는 ‘지대 추구’ 행위가 혁신의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자유 시장’은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지대’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이었습니다.
3. 두 번째 통찰: 시장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다
우리는 흔히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자연적인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추카토는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거대한 전환(1944)』을 인용하며, 시장이란 공공 행정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강제로 형성된 ‘설계의 산물’임을 강조합니다.
시장 실패의 보완(Fixing Market Failures): 기존 주류 경제학은 정부를 민간이 가지 않는 곳을 메우는 ‘수리공’ 정도로 봅니다. 이는 정부 역량을 위축시키는 프레임입니다.
목표 중심의 시장 설계(Market Shaping):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정부는 특허법, 기업 헌장, 조달 규칙을 통해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시장을 적극적으로 형성해야 합니다.
시장이 공공의 이익을 배신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시장을 그렇게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에게는 시장을 다르게 설계할 ‘선택권’이 있습니다.
4. 세 번째 통찰: 공공의 이익을 위한 5가지 황금률 (The Compass)
마추카토는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나침반으로 5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모든 관계를 사후(Ex-post)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단계에서부터 '조건부 내재화(Ex-ante Conditionalities)'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목적성(Purpose/Goals): 모호한 성장이 아닌,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사회적 난제를 설정하십시오.
공동 창출 및 참여(Co-creation and Participation): 기술 관료가 아닌, 시민의 실제 삶의 경험이 목표 설정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지식 공유(Knowledge Sharing): 공공 자금이 들어간 지식이 협소한 특허권에 묶여 혁신을 가로막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보상의 공유(Sharing Rewards): 공공의 위험 감수에 따른 정당한 회수 메커니즘을 마련하십시오.
투명성과 책임성(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 누가 무엇을 얻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명확히 공개해야 합니다.
5. 네 번째 통찰: '테슬라'와 '솔린드라'가 주는 뼈아픈 교훈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에너지부는 두 친환경 기업에 대출 보증을 지원했습니다. 태양광 기업 ‘솔린드라’와 전기차 기업 ‘테슬라’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솔린드라는 파산했고 국민은 약 5억 달러의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대성공을 거두었죠.
문제는 계약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테슬라에 "대출을 갚지 못하면 지분 300만 주를 받겠다"는 조건만 걸었습니다. 정작 테슬라가 성공하여 주가가 9달러에서 90달러로 10배 폭등했을 때, 공공이 그 이익을 공유할 ‘조건부 계약(Conditionality)’은 없었습니다. 만약 정부가 ‘공공 벤처 캐피털’로서 수익을 일부 환수했다면, 솔린드라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을 재원을 확보해 다음 혁신에 투자했을 것입니다. 공공은 단순한 보증인이 아니라, 위험과 보상을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6. 다섯 번째 통찰: 왜 우리는 '전쟁' 때만 유능한 정부를 갖는가?
전쟁이나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정부는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반면 평시에는 관료주의에 허덕입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모세(MOSE)’ 프로젝트는 60년간 70억 달러를 쓰고도 실패한 반면, 코로나19 초기 이탈리아 정부는 전시 조달법을 활용해 단 3개월 만에 137개의 중소기업을 조직하여 방역 물품 자급자족을 이뤄냈습니다.
이 차이는 정부의 ‘역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에 있습니다. 현재 많은 정부가 매일 150만 파운드(약 25억 원)를 딜로이트 같은 컨설팅 업체에 쏟아부으며 내부 역량을 스스로 공동화(Hollowing out)시키고 있습니다. 유능한 정부는 외주를 주는 정부가 아니라, 내부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민간과 대등하게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입니다.
7. 여섯 번째 통찰: AI는 지금 '서부 개척 시대'의 야생 상태다
과거 인터넷 혁신이 정부의 명확한 미션 하에 탄생한 것과 달리, 현재의 AI는 민간 거대 기업들에 의해 방향성 없이 주도되고 있습니다. 대학과 공공의 인재들이 민간으로 유출되는 ‘공동의 지적 자산 소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규제가 혁신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제약 산업의 사례에서 보듯 ‘엄격한 규칙’은 오히려 기업이 더 안전하고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도록 강제하는 혁신의 촉매제가 됩니다. AI 역시 단순한 사후 규제를 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설계 단계부터 ‘규칙이 있는 혁신’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8. 경제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부산물'이어야 한다
마리아나 마추카토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단순히 GDP 수치나 효율성 자체를 쫓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기후 변화, 보건 불평등, 디지털 격차와 같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먼저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그 목표를 향해 공공과 민간의 관계를 공정하게 재설계하고, 정부의 역동적 역량을 복원할 때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이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고정된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만들어가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