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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실력일까, 운일까? 12년의 데이터가 밝혀낸 학계의 흥미로운 진실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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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년간의 '인용 횟수' 추적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경제사학계의 석학 제프리 윌리엄슨(Jeffrey Williamson)을 추모하며 시작된 요한 푸리(Johan Fourie) 교수의 최근 분석은 우리가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푸리 교수는 2014년부터 2026년까지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제사 분야 4대 주요 저널에 실린 3,000편 이상의 논문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매년 직접, 혹은 연구 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구글 스콜라(Google Scholar) 인용 횟수를 기록해 온 이 방대한 데이터는 곧 학술지 《클리오메트리카(Cliometrica)》를 통해 정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 연구의 핵심 질문은 명료합니다. "논문이 출판되는 시점에, 그 논문이 학계의 이정표(Landmark)가 될지 아니면 잊힐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가?" 우리는 흔히 볼트와 판 잔덴(Bolt & Van Zanden)의 '매디슨 프로젝트(Maddison Project)'나 브로드베리(Broadberry)의 '대분기(Great Divergence)' 연구처럼 수백 회 이상 인용되는 기념비적인 논문들이 처음부터 그 성공을 약속받았을 것이라 짐작하곤 합니다. 과연 데이터도 그렇게 말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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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념을 깨는 결과: 학벌과 경력이 전부는 아니다

기존의 능력주의적 신화는 저자의 배경이 성과를 보장한다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드러난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푸리 교수는 논문의 초기 성과를 예측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측정 가능한 모든 변수를 투입했습니다.

저자 및 소속: 하버드(Harvard)나 LSE(런던정치경제대학교) 등 명문대 소속 여부, 저자의 연차, h-지수(h-index), 수상 실적 등

논문 특성: 저널의 종류, 주제, 저자 수, 논문의 길이, 게재 순서 등

놀랍게도 이러한 통제 가능한 변수들이 논문의 초기 2년간 인용 성과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 변동폭의 약 20%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80%는 데이터로 포착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즉, 화려한 이력서(Pedigree)와 명문대라는 배경조차 논문의 초기 성공을 담보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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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태 효과'와 경로 의존성: 초반의 작은 차이가 거대한 격차를 만든다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는 '80%의 격차'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출판 후 단 2년 사이에 발생한 '예상치 못한 초기 이점(Unexpected Head Start)'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됩니다. 사회과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1968)은 이를 성경 구절에 빗대어 '마태 효과(Matthew Effect)'라고 명명했습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 로버트 머튼이 과학계의 누적적 이득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마태복음 13장 12절

이 현상은 경제학의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폴 데이빗(Paul David)이 분석한 QWERTY 자판의 사례처럼, 초기 단계에서 실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우연한 계기로 앞서 나간 존재가 그 우위를 고착화시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분석 결과, 초기 2년 동안 데이터가 예측한 것보다 더 높은 인용을 기록한 논문의 57%가 장기적으로도 최상위권 인용 순위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초기에 뒤처진 논문의 45%는 끝내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초반의 두세 번에 불과한 우연한 인용이 논문의 가시성을 높이고, 이것이 다시 추가 인용을 부르는 선순환(혹은 악순환)의 경로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다만, 여기서 '설명되지 않는 80%'에는 단순한 운뿐만 아니라 CV(이력서)에는 드러나지 않는 '논문의 질적 우수성'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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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희망적인 해석: 중심지가 아니어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성공이 오로지 '운'에 달려 있다는 비관적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 기반의 통찰은 오히려 두 가지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줍니다.

첫째, 명문대 배경이나 화려한 경력이 인용 성과를 완벽히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름값에 가려지지 않은 '아이디어 자체'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둘째,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초기 이점 속에는 측정 불가능한 '학술적 질(Quality)'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학계의 중심지가 아닌 변두리(Periphery)에서 나온 연구라도 아이디어의 혁신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주류 학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프랭케마(Frankema)의 아프리카 교육 연구처럼 중요한 통찰을 담은 논문은 결국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는 낙관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5. 학계를 넘어 현실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가 주는 교훈

이러한 데이터 분석 모델은 학술계를 넘어 현실 세계의 불평등 구조,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공간 경제적 격차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지속성(Persistence)과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지속성(Persistence):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차정책)와 같은 원래의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어 불평등이 유지되는 상태. 이 경우 '점진적인 개혁(Gradual reform)'이 유효한 처방이 됩니다.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 원래의 압력이 사라진 후에도 자기 강화 메커니즘에 의해 불평등이 스스로 재생산되는 상태. 이 경우 단순한 개혁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적 틀 자체의 근본적인 재편(Deliberate move to a different institutional arrangement)'이라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합니다.

학계의 인용 격차가 단순히 먼저 발견된 '운'에 의한 경로 의존적 산물이라면, 우리는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소외된 목소리가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합니다.

6. 결론: 당신의 성공 뒤에 숨은 '설명되지 않은 80%'

내년 2월에도 요한 푸리 교수의 데이터는 한 줄 더 쌓일 것입니다. 어떤 논문은 다시금 놀라운 속도로 인용되기 시작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실력이라 부르며 누군가는 운이라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여전히 그 성공의 원인을 80%나 비워둔 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의 모든 공을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돌리거나, 반대로 실패의 모든 원인을 환경의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그러나 경제사적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습니다.

"당신이 오늘 거둔 성취 중, 데이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연한 시작'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우리는 시스템의 변두리에 있는 또 다른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우연한 행운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장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Source: Johan Fourie, The path of Clio Does the discipline that brought us path dependence suffer from it too? OurLongWalk.com, Sep 03,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