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S ORIGINAL · 원문 작성 · ARCHIVE 224398293994
중국의 'T셔츠' 독점은 왜 전 세계 가난한 나라들을 위협하는가: '차이나 스퀴즈(China Squeeze)'의 진실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1. '사다리 걷어차기'의 새로운 국면
산업화를 꿈꾸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제조업은 빈곤 탈출을 위한 유일한 '사다리'였습니다. 저숙련 노동 집약적 산업을 통해 경제의 기틀을 다지고 점진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성공 방정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사다리를 오르려는 국가들은 전례 없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바로 '차이나 스퀴즈(China Squeeze)'라 불리는 구조적 압착 현상입니다.
중국의 부상은 흔히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 서구권의 제조 패권을 위협하는 사건으로만 묘사되곤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이보다 훨씬 가혹합니다. 중국의 압도적인 제조 공세는 서구의 부유한 국가들을 넘어, 이제 막 산업화의 첫발을 떼려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경로를 원천 봉쇄하는 구조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 통찰 1: 이것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현상이 된 '차이나 스퀴즈')
일각에서는 중국의 수출 공세에 대한 우려를 인도와 같은 특정 국가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로 치부하려 합니다. 하지만 통계적 실상은 이 현상이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등 수많은 중저소득 국가(LMIC) 전체의 생존을 뒤흔드는 글로벌 이슈임을 증명합니다.
반덤핑 조치의 폭발적 증가: 2025년까지 중저소득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반덤핑 조치는 52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2000~2014년 사이 연평균 13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상승입니다.
실제 산업 현장의 붕괴: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이 문제가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중국발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섬유 공장 약 60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전방위적 방어 기제: 인도뿐만 아니라 브라질, 터키,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태국 등 수많은 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구제 조치를 빈번하게 가동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쟁이 산업화를 위협한다는 사실은 개발도상국 스스로가 내리는 조치들이 가장 명확하게 답해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가가 이미 그 치명적인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3. 통찰 2: 선진국만 피해자라는 착각 (Shock 1.0/2.0을 넘어선 실재)
전통적인 '중국 쇼크(China Shock)' 담론은 주로 서구 선진국의 일자리 상실과 제조 기반 파괴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피해자로서의 특권조차 선진국만 누리는 것 같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Atkin 등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은 아프리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억제하고 그들의 개발 사다리를 정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제3국 시장에서의 무력감'입니다.
내수 시장 vs 제3국 시장: 개발도상국들은 자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 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 등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대응 수단의 부재: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같은 거대한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할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개발도상국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밀려 수출 기회를 박탈당하더라도 이를 방어할 정책적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이 '수출 기회의 상실'이야말로 차이나 스퀴즈의 가장 치명적인 본질입니다.
4. 통찰 3: 왜 중국은 여전히 'T셔츠'를 수출하는가? (이례적인 저숙련 산업 독점)
경제 발전의 일반적인 경로에 따르면, 국가가 부유해지고 임금이 상승하면 저숙련 노동 집약적 산업(의류 등)은 임금이 더 낮은 후발 국가들로 이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경제적 상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스모킹 건(The Smoking Gun): 수치상으로 보면 이 현상은 더욱 기이합니다. 1995년경 중국의 세계 저숙련 노동력 점유율은 수출 점유율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노동력 비중은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숙련 제품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되거나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The T-Shirt Puzzle: 경제학자 야성 황(Yasheng Huang)은 "중국이 왜 자동차를 수출하는가가 아니라, 왜 여전히 T셔츠를 수출하고 있는가가 진정한 수수께끼다"라고 지적합니다.
왜곡된 독점: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고도화된 공급망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안화 저평가와 같은 정책적 왜곡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이 다음 세대의 후발 국가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산업 공간을 정책적으로 붙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5. 통찰 4: 중국의 중상주의는 비판의 성역이 아니다
과거 19세기 영국 등 서구 열강의 중상주의가 식민지의 산업화를 저해하고 경제적 타격을 입혔던 사실은 역사적으로 엄중한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지적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현대 중국의 중상주의적 행보 역시 동일한 역사적 분석과 비판의 잣대를 적용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중국 때리기(China-bashing)'의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무조건적인 '중국 옹호(China-apologism)'에 갇혀서도 안 됩니다.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단순히 자국만의 노력뿐만 아니라, 서구 시장의 개방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라는 글로벌 공동의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그 기회를 통해 얻은 독점적 지위를 후발 주자들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독점은 때로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역량을 쌓을 기회를 박탈합니다. 이는 미국 내 거대 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 논리와도 궤를 같이합니다.
6. 결론: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
중국의 성장은 전 세계 경제에 '그린 에너지 전환'과 같은 분명한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후발 주자들의 산업화 사다리를 걷어차는 '차이나 스퀴즈'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중국의 효율성이 전 세계에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그 대가가 수많은 가난한 나라들의 '산업적 사멸(Industrial Death)'이라면 우리는 이를 단순히 시장의 순리로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제 우리는 무거운 질문을 마주해야 합니다.
"거대 공룡이 된 중국이 다음 세대를 위한 산업화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미래의 개발도상국들은 과연 어떤 길을 통해 빈곤의 늪에서 탈출해야 하는가?"
중국이 제공하는 친환경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들이 점유한 산업적 공간이 후발 국가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모순적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공정한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정립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Source: Shoumitro Chatterjee (Johns Hopkins University) and Arvind Subramanian (PIIE), The China Squeeze: A response to our critics, Realtime Economics, PIIE, Aug 26,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