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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역설: 왜 '규칙을 깨는 지도자'는 결국 약한 국가를 만드는가?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1. ‘강한 지도자’에 대한 위험한 갈망
현재 전 세계는 포퓰리즘의 거센 파도 속에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같은 좌파부터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같은 우파까지, 이들은 공통된 목소리를 냅니다. 바로 "진정한 국민을 위해 국가를 바로잡을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대중이 갈망하는 ‘강함’의 본질입니다. 입소스(Ipsos)의 28개국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국가를 바로잡기 위해 규칙을 깨뜨릴 준비가 된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미국 역시 40%가 이에 동의하며 세계 평균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기반의 냉정한 시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연 법과 규칙을 무시하는 지도자가 국가를 정말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2. 국가 역량(State Capacity): 정부의 진짜 실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정치경제학에서 정부가 목적한 바를 실제로 완수하는 능력을 '국가 역량(State Capacity)'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국가라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과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엔진의 성능이 목표의 도덕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학술적인 정의에 따르면, 빈민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정부나 효율적으로 인종 청소를 자행하는 정부 모두 그 목표를 달성해낸다면 국가 역량이 높다고 평가받습니다.
이 '실행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유능한 관료 조직,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과 군대, 그리고 세금을 걷고 부채를 상환하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에서 나옵니다. 지도자가 아무리 강력한 구호를 외쳐도, 이를 뒷받침할 행정 시스템이 없다면 그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합니다.

3. [핵심 통찰 1]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칙 준수’다
통계적으로 국가 역량이 높은 상위 70개국 중 52개국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국가 역량의 차이에서 민주주의 여부가 설명하는 비중은 약 40%에 불과합니다. 즉, 나머지 60%를 결정짓는 더 강력한 지표가 있다는 뜻인데, 그것이 바로 '규칙 준수(Rule Compliance)'입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사법 시스템의 정직성, 부패 통제, 그리고 재산권이 보장되는 시장 규칙은 국가라는 엔진을 돌리는 '연료'입니다.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국가는 결국 엔진이 멈춰 서고 맙니다.
"강한 국가를 원한다면, 민주주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 국가는 규칙을 따라야 한다."
4. [핵심 통찰 2] 독재 국가에서도 ‘법치’가 작동할 때만 성공한다
비민주적인 권위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 법칙은 유효합니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 점수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지만, 국가 역량만큼은 최상위권입니다. 그 비결은 이들이 역설적으로 '규칙 준수' 점수에서 대부분의 자유 민주주의 국가만큼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지도자 개인의 변덕이 아니라 독립적인 법원, 엄격한 부패 통제, 질서 있는 시장 규칙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움직입니다. 즉, 독재 국가라 할지라도 지도자가 규칙을 존중하고 시스템을 유지할 때만 국가가 강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 [핵심 통찰 3] 규칙을 깨는 포퓰리스트의 비참한 결말: 러시아의 사례
반면, 규칙을 깨뜨리며 등장한 포퓰리스트들은 결국 국가 역량을 파괴합니다.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은 구소련 붕괴 당시 공산당의 쿠데타 시도에 맞서 탱크 위에 올라탔던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규칙을 무시하고 통치하는 동안, 러시아의 거리는 폭력배들이 점령했고 '올리가르히'라 불리는 신흥 재벌들이 국가 자산을 강탈했습니다.
규칙이 무너진 자리에서 국가 역량은 급격히 쇠퇴했고, 국민들은 환멸을 느꼈습니다. 그 틈을 타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역시 경쟁적인 선거를 포기하고 규칙을 짓밟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푸틴은 현대적인 선진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현재 그가 권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은 구소련이 남긴 낡은 탱크와 핵무기, 그리고 광적인 민족주의 호소뿐입니다. 지도자가 규칙을 깨뜨려 관료 조직과 사법 시스템을 파괴했을 때 국가가 얼마나 약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6. [핵심 통찰 4] 중국은 예외인가? 덩샤오핑에서 시진핑까지의 변화
중국은 규칙을 무시하면서도 강해진 독보적인 예외(Outlier)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급성장은 사실 덩샤오핑이 세운 '규칙'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마오쩌둥의 무법적 통치에서 벗어나 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특히 고위 공직자의 '임기 제한'이라는 결정적인 규칙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진핑 체제는 이 규칙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임기 제한 폐지입니다. 규칙 준수라는 토대가 약해지면서, 과거 중국 성장의 발판이 되었던 국가 역량과 시장의 신뢰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규칙을 깨는 통치는 일시적으로 강해 보일지 모르나, 결국 국가라는 시스템을 안에서부터 갉아먹습니다.
7. 결론: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누구인가?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부수는 규칙들이 사실은 국가를 작동시키는 핵심 부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위험한 징후가 포착됩니다. J.D. 밴스 부통령 후보는 모든 중급 관료들을 해고하고 "우리 사람"으로 채우는 '엽관주의'를 주장하며,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라는 조언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심지어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 "대법관이 판결했으니 그더러 직접 집행해보라고 하라"는 식으로 사법부를 조롱합니다. 미국 대법원 또한 대통령의 공식 행위에 광범위한 형사 면책권을 부여하며, 지도자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행동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능력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지도자가 사무실에 앉아 명령을 내려도, 유능한 관료 조직과 훈련된 경찰, 건전한 재정이 없다면 그 명령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지도자가 스스로를 규칙 위에 두는 순간, 국가를 지탱하는 전문적인 행정 기구는 파괴됩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지도자를 원하는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지도자를 원하는가?" 진정으로 강한 국가는 지도자의 독단이 아니라, 지도자조차 건드릴 수 없는 견고한 규칙의 토대 위에서만 만들어집니다.
Source: Ed Dolan, Does Populism Get the Job Done ? Milken Institute Review, Oct 17,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