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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의 죽음? 우리가 몰랐던 '몰(Mall)'의 반전과 미래에 대한 4가지 통찰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노해인 · 진행 / 차우진 ·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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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향수와 위기 사이의 쇼핑몰

많은 이들에게 '쇼핑몰'은 단순한 상업 공간 그 이상의 감각적 기억입니다. 푸드코트에서 즐기던 오렌지 줄리어스(Orange Julius)의 달콤한 맛, 샘 구디(Sam Goody) 레코드 샵에서 CD 케이스를 뒤적이던 달그락 소리, 그리고 배스 앤 바디 웍스(Bath & Body Works) 매장에서 복도로 뿜어져 나오던 강렬한 향기는 시대를 관통하는 노스탤지어입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스트렌저 띵스(Stranger Things)'의 스타코트 몰이 보여주듯, 쇼핑몰은 대중문화 속에서 황금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데이터는 냉혹해 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미국 지역 쇼핑몰의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인 11.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체 쇼핑몰의 3분의 1이 영구적으로 폐쇄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망 선고'에도 불구하고, 쇼핑몰은 놀라운 회복탄력성으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쇼핑몰의 이면과 미래에 대한 4가지 통찰을 통해 이 거대한 공간의 진화를 분석해 봅니다.

2. [Takeaway 1] 쇼핑몰의 탄생: '도시의 공포'를 해결하려던 유토피아적 발상

쇼핑몰의 기원은 흔히 생각하는 상업적 욕망이 아니라, 오히려 무질서한 도시를 바로잡으려는 인문학적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흔히 1954년 미시간의 노스랜드 센터(Northland Center)를 최초의 계획형 몰로 꼽지만, 사실 쇼핑센터의 역사는 더 깊습니다. 1907년 볼티모어의 '롤랜드 파크 비즈니스 블록'이 기네스북 기준 세계 최초의 쇼핑센터로 기록되어 있으며, 1938년 리치먼드의 '캐리 코트'는 주차 공간을 확보한 교외형 쇼핑 시설의 초기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현대적 '몰'의 형태로 완성한 인물이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 빅터 그루엔(Victor Gruen)입니다. 그는 무질서하게 늘어선 주유소와 가판대를 '공포의 거리(avenues of horror)'라고 비판하며, 이를 대체할 유토피아를 꿈꿨습니다.

역사적 촉매제: 1944년 제정된 GI Bill(제대군인 원조법)은 교외 지역 주택 소유를 비약적으로 늘렸고,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커뮤니티 중심지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습니다.

사회적 허브로의 설계: 그루엔의 설계안에는 단순한 상점뿐 아니라 놀이터, 학교, 극장이 포함되었습니다. 1956년 그가 설계한 사우스데일 쇼핑센터(Southdale Shopping Center)는 미국 최초의 실내 온도 조절 몰로, 외부의 소음과 날씨로부터 격리된 쾌적한 '새로운 광장'을 지향했습니다.

3. [Takeaway 2] '길을 잃는 즐거움': 쇼핑몰 설계에 숨겨진 심리학

초기 쇼핑몰이 정돈된 광장 형태였다면, 현대의 몰은 훨씬 복잡하고 미로 같은 구조를 가집니다. 이는 건축가 존 저디(Jon Jerde)와 SF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협업이 탄생시킨 '길을 잃는 미학(Aesthetics of Lostness)'의 결과입니다.

브래드버리는 쇼핑몰이 단순히 목적지를 찾는 곳이 아니라, 탐험과 발견의 즐거움을 주는 '안전한 미로'여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하지만 '안전하게' 길을 잃는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 레이 브래드버리 (Ray Bradbury)

이러한 '펀 하우스(Fun House)' 논리는 현대 쇼핑몰의 핵심 동선이 되었습니다. 굴곡진 통로와 다층 구조는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배회하며 새로운 경험과 마주하게 유도합니다. 특히 다층 구조를 채택한 데에는 정교한 사회 공학적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쇼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층부와 별개로 상층부에 청소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서로 다른 사회적 그룹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게 설계한 것입니다.

4. [Takeaway 3] 데이터의 반전: '리테일 아포칼립스'는 과장되었다?

내부의 설계 논리가 복잡해지는 동안, 외부 경제 상황은 서류상으로 절망적이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리테일 아포칼립스'라는 말이 다소 과장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놀라운 회복탄력성: 대규모 폐쇄 예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쇼핑몰 수는 약 1,150개 수준으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 비중 역시 팬데믹 이전 88%에서 현재 86% 수준으로 매우 안정적입니다.

종말이 아닌 과잉 공급의 조정: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위기는 몰의 종말이라기보다 수십 년간 이어진 하이퍼 성장(Hyper-growth)의 부작용을 걷어내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인당 소매 면적은 24평방피트로, 영국(4.6)이나 중국(2.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의 해결: 그동안 너무 가깝게 지어진 몰들이 서로의 수요를 갉아먹으며 경쟁해 왔다면, 현재는 경쟁력 없는 일부가 정리되면서 건강한 시장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5. [Takeaway 4] 미래의 쇼핑몰: 이제 '쇼핑'은 부차적인 서비스다

부동산 분석가 개릭 브라운(Garrick Brown)은 "이제 쇼핑은 편의 시설(Amenity)일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기 위해 몰을 방문했다면, 이제는 다른 목적을 위해 방문한 곳에 쇼핑 시설이 곁들여져 있는 구조로 목적이 전도된 것입니다.

커뮤니티의 특수성 반영: 캘리포니아의 웨스트필드 산타 아니타(Westfield Santa Anita)는 지역 인구 구성이 아시아계로 변하자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대만 덤플링 체인인 딘타이펑, 무지(Muji)와 함께 '푸드 앨리(Food Alley)'를 조성하고, 엉클 테츠(Uncle Tetsu) 치즈케이크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음식'을 쇼핑몰의 일차적 방문 목적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비어버린 공간의 재활용: 거대 앵커 테넌트였던 백화점 자리에는 플래닛 피트니스(Planet Fitness) 같은 대형 헬스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쇼핑몰 내 피트니스 센터 점유율은 70%나 급증했습니다.

역사의 회귀, 복합 주거: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노스랜드 센터 부지는 현재 가장 흥미로운 실험장입니다. 과거의 주차장 부지에는 1,500가구의 아파트가 건설 중이며, 옛 매장 공간은 세련된 로프트 주거지로 개조되는 '패셔너블 리빙(Fashionable Living)'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과거 백화점 공간은 '허드슨 시티 마켓(Hudson City Market)'으로 변모하여 쇼핑과 사무 공간, 푸드홀이 결합된 삶의 중심지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6. 결론: 우리 곁의 '새로운 광장'을 기다리며

쇼핑몰은 한때 소비의 신전이었으나, 이제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다시 '삶을 담는 그릇'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빅터 그루엔이 꿈꿨던 '커뮤니티의 중심지'라는 이상이, 상업적 위기를 겪고 난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다양한 문화와 주거, 여가가 결합된 형태로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쇼핑몰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모습이 우리가 알던 상점들의 나열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개성을 반영한 '새로운 광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을 뿐입니다. 과거의 쇼핑 중심지가 미래의 삶을 담는 거대한 실험실로 변모할 때, 우리는 그곳에서 또 어떤 새로운 추억을 쌓게 될까요? 그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사회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

Source: Matthew Wells, The Economic History of the Shopping Mall — and Its Future (Yes, It Does Have One), Econ Focus, FRB of Richmond, Third Quarte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