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S ORIGINAL · 2026년 8월 14일 · ARCHIVE 224378637727

높은 재산세가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 주거 시장의 역설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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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락인(Lock-in)' 효과와 주거 사다리의 실종

오늘날 청년 세대에게 ‘내 집 마련’은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과 같습니다. 반면, 자녀들이 독립한 뒤에도 방이 여러 개 남는 큰 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노년 세대의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왜 주거 자원은 필요한 곳으로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것일까요? 경제학에서는 이를 '주거 락인(Lock-in)' 효과로 설명합니다. 거래 비용이나 세제 혜택 같은 마찰 요인들이 가구 구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현재 주거지에 묶어두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도시 경제학계의 연구는 이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매우 파격적인 가설을 제시합니다. 바로 "높은 재산세가 오히려 청년의 주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세금 인상이 주거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는 이 ‘역설’의 이면에는 주택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시키는 정교한 경제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2. 재산세의 반전: '내재된 레버리지(Embedded Leverage)'

높은 재산세가 집값을 낮춘다는 점은 주택 시장의 핵심적인 원리입니다. 이를 '자본화(Capitalization)'라고 부르는데, 미래에 납부해야 할 세금 부담이 현재의 집값에 반영되어 매수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사례를 분석했을 때 재산세율이 1%포인트 인상될 경우 집값은 약 22.6% 하락하는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이 현상은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합니다. 집값이 낮아지면 주택 시장 진입의 ‘입장료’라고 할 수 있는 초기 계약금(Down payment)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높은 재산세는 일종의 '정부가 제공하는 토지 할부 납부 프로그램'과 같습니다.

"재산세는 구매자가 지불해야 하는 초기 비용을 줄여주는 대신 일련의 지속적인 세금 납부로 대체하는 '내재된 레버리지'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즉, 높은 재산세는 은행 대출을 대신하여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이 주택이라는 자산을 점유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도구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3. 캘리포니아 vs 텍사스: 세금이 만드는 세대 간 주거 이동

이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하려면 두 가지 금융 제약, 즉 LTV(담보인정비율)와 PTI(소득대비 상환비율)의 차이를 보아야 합니다. 청년층은 대개 소득 흐름은 양호하지만 축적된 자산이 부족한 ‘자산 빈곤-소득 풍요(Wealth-Poor but Income-Rich)’ 집단으로 LTV 제약에 취약합니다. 반대로 노년층은 자산은 많지만 고정 소득이 적은 ‘자산 풍요-소득 빈곤(Wealth-Rich but Income-Poor)’ 집단으로 PTI 제약에 더 민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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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재산세가 낮은 캘리포니아(0.8%)를 텍사스 수준(2.0%)으로 올리는 모델링을 수행한 결과, 흥미로운 변화가 관측되었습니다. 높은 재산세가 집값을 낮춰 청년들의 LTV 장벽을 허무는 동시에, 소득이 적은 노년층의 보유 비용(PTI)을 높여 주택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유도한 것입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재산세를 2%로 인상할 경우, 65세 이상 노년층의 주택 소유율은 6.2%포인트 감소하지만, 그 빈자리를 낮아진 진입 장벽을 통과한 청년층이 채우며 세대 간 주거 순환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잠자는 침실: 주거 공간의 비효율적 배분

주택 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공간의 극심한 비효율적 배분입니다. 데이터(Figure 1)를 보면, 미국 내 전체 침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50~70대 노년층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활용도는 매우 낮습니다. 반면 30~50대 젊은 가족들은 한 침실당 거주 인원이 1명을 초과하는 '과밀 상태'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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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가 낮을수록 노년층은 필요 이상의 큰 집을 유지하는 데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주거 공간에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성장하는 청년 가구는 가족을 꾸리는 데 필요한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좁은 집에 밀집하게 됩니다. 높은 보유세는 이러한 공간의 정체를 해결하고 주거 자원이 가장 필요한 세대에게 흐르도록 만드는 레버가 됩니다.

5. 죽음이 갈라놓지 못하는 내 집: '취득가액 증액(Step-up Basis)'의 함정

재산세 외에도 노년층의 이주를 막는 강력한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취득가액 증액' 혜택입니다. 이는 주택 소유주가 사망할 때까지 집을 팔지 않고 상속할 경우, 그동안 발생한 막대한 자본이득세를 완전히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시스템은 노년층에게 적절한 크기의 집으로 옮기라고 권유하기는커녕, 죽을 때까지 큰 집을 붙들고 있으라고 거액의 ‘보상금’을 주는 셈입니다.

모델 분석 결과, 이 제도를 폐지하고 사망 시 자본이득을 정산하게 할 경우 75세 이상 노년층의 주택 소유율은 무려 11.8%포인트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에 공급된 매물은 청년층 소유율을 1.42%포인트 증가시키는 연쇄 효과를 낳았습니다. 특정 세대에게만 유리한 이 세제상의 '뇌물'이 세대 간 주거 사다리를 끊어놓는 결정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6. 세금, 징벌이 아닌 '순환'의 도구로

우리는 흔히 재산세 인상을 가계 경제를 압박하는 징벌적 수단으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재산세가 주택 시장의 효율적 배분과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는 지적인 정책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높은 보유세는 집값의 거품을 걷어내어 청년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노년층에게는 생애 주기에 맞는 효율적인 주거 이동을 권장합니다.

물론 세금 부담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낮은 보유세'가 사실은 청년 세대를 시장에서 소외시키고 주거 사다리를 무너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어온 그 낮은 세금이 정말 사회 전체와 미래 세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주택이 '소유와 점유'를 넘어 '효율적인 순환'의 대상이 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주거 사다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Source: Coven, Joshua and Golder, Sebastian and Gupta, Arpit and Ndiaye, Abdoulaye, Property Taxes and Housing Allocation Under Financial Constraints (August 01, 2026).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4880480 or http://dx.doi.org/10.2139/ssrn.4880480